내향인의 적응방법

2024년 10월 14일 월요일 흐림

by 육아와 생각

코에 얼얼함이 생각보다 오래가는 것 같다. 아이에게 기습뽀뽀를 해주려다 머리로 일격을 맞았는데 평소에도 머리가 워낙 단단해서 조심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한방 맞아보니 예상했던 대로 매우 묵직하고 공격력이 대단하다. 다행이 연골 부드러운 부분이 부딫혔는지 뼈에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 하루 이상 얼얼함이 가다니 역시 아이 머리는 대단하다. 토요일 아이와 함께 마트에 가기 위해 지하주차장에 갔을 때 뜻밖에 한 아빠와 어린 아이의 대치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다. 아이의 떼쓰는 목소리가 워낙 커서 아빠가 참 속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빠는 어른의 힘으로 아이의 주장을 억지로 무마하려 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려주는 상황으로 보였다. 아빠와 눈이 한 번 마주쳤지만 어색하고 재빠르게 주하주차장을 도망치듯 나왔다. 지나가는 아줌마 행인 1의 바램으로 아이를 한 번 달래주거나 가방에 쌀과자라도 건네드렸다면 좋았을 법도 한데 나는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불만을 토로하며 울려퍼지는 아이소리에 기가 눌려버렸다. 그리고 어줍지 않은 개입보다는 빨리 도망치는 선택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였다. 우리집 어린이가 떼쓰는 아이의 모양새를 얄밉게 흉내를 낸다. 하지말라고 하는데 더한다..


나는 도시생활에 어느정도 적응했다. 처음 이 도시로 이사왔을때 대상포진이 올라와 앞으로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도 했었다. 2년의 시간을 통째로 기억할 수는 없지만 중간 과정을 겪었고 바쁨으로 대표되는 도시생활과 아직 적응이 덜 된 나와 부딫힌 사건이 몇몇 있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테슬라 자동차, 시청역 소리치는 아주머니, 주차장에서 화가 난 목소리 등등이 생각이 난다. 맨 처음 상가건물의 붐비는 시간대에 하필 방문을 하여 당황을 시작으로 곧 주차능력 부족으로 이어졌고 결국엔 수화기 너머 화가 나 있는 타인의 전화를 받았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 뒤로 타인의 성난 목소리는 반드시 피해야 할 1순위라는 목표를 가지고 도시생활 적응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영향력 있는 누군가 보다는 어디 중간에 그려넣어도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윌리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나와 같은 내향인이 아파트 현관문 몇 발짝만 나서도 전혀 모르는 그리고 본 적 없는 타인과 수시로 마주할 수 있는 여건은 어느 정도 레벨이 높은 적응조건이었다. 어서 빨리 눈에 띄지 않는 지나가는 행인이자 윌리가 되자. 마음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피하기 위해 움직이는 시간대와 동선을 최대한 규칙적이고 단순하게 했다. 아무도 없거나 너무나 많은 사람이 몰리는 장소와 시간보다는 적당히 사람이 있지만 지나가는 나에게 특별히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곳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는 최적의 장소였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 한적한 카페에도 당당히 들어가지 못하는 유별인이라 붐비는 도시살이에 훈련이 따로 필요했다.


첫번째 훈련장소는 공원으로 정했다.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대중교통이 사람을 실어나르는 바쁜 일상을 조금이나라 보상해주듯 도시에는 공원이 잘 되어있었다. 그리고 건강한 일상생활을 위해서 규칙적으로 공원을 찾게 되면서 공원에 오는 인구도 규칙성과 일정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래된 공원을 규칙적으로 찾는 그 분들은 공원의 역사에도 어울리게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셨고 크게 바쁘지 않게 살아가시는 모습이었다. 노숙인도 다문화 가정도 노년층의 느릿한 걸음걸이도 별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그곳에서 나는 오전 시간대 가벼운 걷기운동을 하는 일상적이고 특별함과는 거리가 먼 윌리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항상 가깝거나 먼 거리에서 소음이 들려오는 도시에 살면서 고무줄 바지를 쭈욱 당겨 입은둣이 예민함이 올라와 있었다. 밤에도 잘 자고는 있지만 데시벨이 낮아져 있긴 하지만 미세하게 들리는 소리를 인식하고 있는 듯 자고깬다. 처음에 거대한 숨쉬는 괴물같은 것이 있는듯 도시는 늘 살아숨쉬는 무엇가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소음이 누군가의 노동의 결과물이며 어느 아이들 아빠의 끝없는 성실함이겠거니 생각하니 불만이 쏙 들어갔다. 역시 적응에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해해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또 느꼈다. 나는 2년동안 예민함과 적응력이 한 단계 올라갔고 그로인해 불안감이 한 단계 내려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행복과 불행의 개념에 유연해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