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1장 2

세대 차이

by 엄도경



가을은 봄과 견주지 않았어요.

같은 공간 다른 시간대

비껴가듯 엇갈리듯 조금 떨어져서 봄을 지키는

가을.

무대에 가을이 나타나면 하늘처럼 산야도

가슴에 두 손을 얹고

숨죽이고 기다렸습니다.


어김없이 갈 때는 갈 빛 가을 색 갈바람

깊은 고을에 담아

재 너머 산골짜기 골짝 꼴짝 화들짝

붉은 등불 노랑 등불 불이 붙으면

목숨 걸었던 지난여름 치열했던 삶이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음에

단풍을 품어주던 계곡도 그만 개울은 울컥

숨이 막혀왔어요.

온산 온천지 떠나.갈.때.

일제히 불어오는 민둥산 억새 바람의 빛깔

들으셨던 적이 있던가요.


몸을 움츠리다 돌돌

물 끊고 다시 도르르……

오그라들다 한 번 더 파르..르

떨던 마른 가지 뚝, 뚝, 톡, 토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소리를 보셨던 적 있으세요.

겨우 내 차가운 대지

이불자장가

눈 못 뜨는 연두 봄 물들 때까지 툭.... 토, 닥, 잠재웠지요.



겨울은 봄과 견주지 않았어요.

같은 공간 먼저 와서 봄맞이 준비

게으른 새 생명 고갯짓 그 때까지

대청소

매서운 높바람 칼 추위 눈보라에

모든 건 제자리를 찾아 돌아갔습니다.

땅에서 온 건 땅으로 하늘에서 온 것은 하늘로 되돌아갔어요.

된바람에 세상이 싹 다 바뀐대도

세상살이 하나도 모른대도

길 끊어진 절벽 끝 저 혼자 꽃이어도

살랑살랑 샛바람 봄바람

꽃눈 뜨는 날

설렜거든요

성자(聖子) 같이 서있는 소나무의 초록빛 신호

아가 새순 초롱초롱 눈뜰 때까지.




결말이 동화인 ‘생명의 서(書)’

과제를 마친 가을과 겨울은

고요 속에서

진짜 집으로 돌아갔어요.

또 다른 우주의 ‘봄’으로 사뿐히 올라갔습니다.






별 주머니 열면

별의별 고비고비

고비사막을 건너던 삶의 꼭짓점

한 줄로 쭉 연결하면

또 하나의 별자리


깜깜한 밤 저 높이에

엄마가

또다시

꿈길을 열라고

하늘에다 걸어둔 이정표



헤트 라이트 전등 촛불 모두 끄고서...

쉿 .......

...

.

반 짝 빤 짝 수신호를 따라가면

북극성 폴라리스

너머

내 집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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