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한탄
누가 말해줬을까.
걱정 없이 사는 게 행복이라고 누가 가르쳐줬지.
가만 보니까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무시 못 할 힘이 있으면 사지에서도 빠져나오고
세상도 강한 사람만 챙기는 것 같았거든요.
돈이면 쥐락펴락
뭐든지 다 막아내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행복해 보였어요.
강자가 되려던 이유입니다.
그러나 그건
육신의 시계가 아직 성성한
초가을까지만 그랬던 거예요.
‘너는 어디까지 너를 펼쳐봤어?‘
'어느 만큼까지 올라가 본 거야?‘
푸른 숲에서는 시작과 끝이 선명한데
빌딩 숲은 깔끔한 척 숨바꼭질 두루뭉술했어요.
입으로는 맹렬히 분노하면서 땜질을 지적하고
벌어놓은 시간
속으로는 웃으며
'눈속임'
아무도 모르게 슬며시 땜질.
오류 위에 오류의 역사
반칙과 편법으로 실수를 편집하는
똑같이 못된 짓
차별로 운영되는 세상.
까닭에 오히려 나한테 꼭 들어야 했던 말이 있었던 건데
배신의 계절,
하루아침에 모든 게 사라지는 다잉 메시지가 먼저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끝이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평생
마지막 잎새처럼 떨고 살았어요.
편을 가르고 몸집을 키우려던 것도
승률을 따지고 자릿수 다툼을 벌였던 것도
센 척했던 것도
끈을 잡으려던 것도 다
실패가 두려워서 그랬던 거예요.
나약한 걸 들키지 않으려고 자신을 속여가면서
꼭 행복해지려고 세상을 속이면서
쫓기듯이 인공 숲 속에 매연가스 뿌연 한숨을 뿜어대며
가짜 삶을 산 게 바로 나였습니다.
자연의 숲 속에서는
모두가
우주까지도
자기 안에 간직된 ‘내재성’을 표현하려고 온몸을 걸고 있었어요.
하늘도 별도
땅도 나무도
풀도 내도
잎새에 기우는 바람, 이슬도
맑게 숲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한의 세계로 날아가야 할 나는
자신을 너무 작게만 깔보다가
가슴 깊은 곳
자연의 위대한 소리
무한대의 물결음을 듣지 못했습니다.
동화 나라에 나를 맡기지 못해서
유한한 세상에 귀중한 자신을 가장 비싼 수업료로 지불했으니
땅에서 사라지면
지구 공전 궤도에 갇히고 말겠지요?
약간의 남은 시간
감춰진 나
‘존재의 정수’를 끄집어내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면
이렇게 한탄스러운 일은 세상에 또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