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희망은 그래도, 엄마

3-9. Episode 16, 結-結은 ❛후생 유전학❜인가!

by 엄도경


『질소는 앞뒤의 전후 관계

산소는 양옆의 좌우 관계

수소는 위아래 상하 관계



앞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착한 얼굴에 감언이설로 상대의 마음을 싹 녹여놓고, 속으로는 교활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이중인격.

일말의 준순(浚巡, 10⁻¹⁴), 머뭇거림이 없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 자식은 손해와 이익으로만 삶을 저울질하니,

혈관이 언제 다이너마이트처럼 터진 데도 이상할 게 없고


같지 않으면 틀린 거라고 다른 것을 차별하던 엄마는 같은 배에서 태어난 자식조차 내 편 네 편, 편을 갈라 복종을 강요하는데…….

소외당한 자식도, 곁에서 두려움에 숨죽이던 자식도 권력 남용에 좌절하다 짧은 호흡, 거친 숨결, 산화된 날갯죽지

균형을 잃어 멀리 허공을 날지 못해 다시 좌절하니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기체가 수소이고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존재가 서민이라서

‘민심은 천심’이라 한 것을…….

서민이라 업신여기고 아이라고 함부로 대한 엄마는 ‘감정 불구자’. 제 안의 동화를 죽이더니 자식에게도 대물림,

상상력의 소실처럼 지독한 천벌이 또 있으랴. 』


캡처.PNG




내가 ‘아해’라 부르는 119호실은 ‘양자의 방’이에요.

세상에 나올 때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고 흩어지는 빛 부스러기를 사방팔방에서 은밀히 쓸어 모아 ‘다음’을 예비해두었는데, 이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 자신뿐입니다.

그렇다고 저 혼자서 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개념으로 잡히지도 않고 언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원리를 간직한 ‘내 안의 나’는 ‘동시성의 법칙’에 따라 진심(盡心)으로 내가 만나고 싶어 할 때

허공도 신이 나서 바깥에서 똑똑 줄탁동시(窋琢同時), 협업이 일어나요.

이때부터 현실은 완전히 다른 세상, 상상을 초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해는 정직해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론적으로 형이상학의 영역에 속해 공허한가 했는데 관념적이지만은 않다는 걸 계속 보여주고 있거든요.

빛의 파동이란 몸으로 느끼는, 지극히 개인적 체험이라서 거짓말을 한 대도 진위(眞僞)를 누가 가려낼 수 있겠어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실체적 진실을 보여주는 데는 반박은커녕 증명하고 싶어 졌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이걸 알면 얼마나 좋을까. 빛에너지를 받아들이면 다들 더없이 행복할 거란 꿈을 갖게 되었지요.

‘기다리라. 아무 말하지 않아도 주변의 사람들이 먼저 알아차리리니 그게 처음 겪을 일이리.

시간의 두께가 잠재태(潛在態)를 끄집어내겠지만 그건 아해가 알아서 할 일, 너는 형식적인 체계를 찾아 도식화할 수 있을지 깊이 관찰하라.’



아무래도 우주는 사람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상어에게 팔을 빼앗긴 문어처럼 새로운 팔을 재생하는 그런 형식은 아니겠지만, 또 계란 프라이를 알의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어도

인간에 해당하는 방식으로 황금률의 기하학을 수행하고 싶어 하는 거 같거든요.

사람의 세포는 그림 동화책을 그리고 싶은데 동화의 세계가 다이아몬드 원석같이 몸속 깊이 아련히 박혀 있어서,

광부의 섬세한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예요.

나 같은 육십 대도 붙잡고 놓지 않는 걸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추상적일 수 있는 파동이 어떻게 입자라는 구상(具象)으로 드러날 수 있는 건지……,

낡아서 축축 처지고 안에서 무너지던 공간을 속속 재건시키는데 가장 놀라운 건 뇌 회로가 변한 거지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우뇌, 좌뇌, 전두엽, 후두엽을 강타하고, 새 핏줄이 생기는지 머릿속이 뻐근할 때가 있었는데 어느덧 측두엽이 차올라 이마 양옆 ‘천창(天倉)’에 굵은 혈관이 돋아났습니다.

그리고 눈썹 뼈 ‘미골(尾骨)’이 도톰히 올라서고 코끝 ‘준두(準頭)’가 길어졌어요.

눈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눈은 보통 안모, 안정, 안신, 안기를 살피는데, 안모(顔貌)의 경우, 감은 듯 내려앉은 꺼풀이 바짝 올라붙어서 동그래졌지요.

빛이 부족했던 안신(眼神)이 좋아져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가 되었고, 덕분에 안정(眼淨)이 더 맑아진 것 같은데, 강했던 안기(眼氣)는 부드러워졌다고 해요.

그리고 시력은 돋보기를 쓰기 전 사십 대의 근시로 돌아갔습니다.


김치 하나만의 식단으로 몸에 ‘생기’가 넘치는 걸 보면

‘생명의 존재 방식이 단백질’이고, ‘먹는 게 그 사람’이라는 얘기에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그렇다면 더 나아가 관상의 변화를 단백질이 주도하고, 단백질의 분자, 화학식을 만드는 건 그 사람의 정신세계라고 확장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암만해도 빛에너지가 호흡을 통해 ‘질소 고정’을 하는 것 같아서요.

공기 속에 질소가 제아무리 많아도 뿌리혹박테리아 같은 세균이나 번개 정도가 포획 방법이라는데, 빛에너지가 들이닥칠 때 꼭 번개 치는 느낌이니까요.

근육이 땅겨지고 혈관이 개선되어 혈류가 좋아진 게 산화질소 때문인 것 같고, 빛에너지를 받던 첫날부터 기분 좋은 호르몬이 졸졸졸 흐르는 것도, 세포에서 고급 단백질을 만들어서 그런 거 같거든요.

간략하게 그간 일어난 작업의 결과를 진술했지만

'119호실'의 시제는 현재 완료형이에요. 그러므로 향후 펼쳐질 동화 세계, 어느 만큼 해낼지 자못 궁금합니다.



‘아름다운 것은 가장 멀리 있다’고 나에게로 가는 길이 가장 멀어서 하마터면 평생 바깥세상을 누볐던 엄마처럼 나의 삶에 내가 없을 뻔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되고 싶었던 게 하나도 없었어도 나를 알고는 싶어서 기약도 없이 내 안으로 파고들었더니,

안에서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가장 먼

그러나 끝과 끝은 연결되어 있어서

삶이 나를 구했습니다. 아름다움을 구해냈어요.

애벌레가 애벌레로서의 주어진 삶을 끝내고서 나비처럼 완전히 다른 삶, 하늘을 날아올랐듯이

삶의 쟁점은 출로를 찾는 것, 더 좋은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가는 것이겠지요.

그러므로 생각의 파동, 행동의 주파수를 ‘119호실’에다 맞추고 잃었던 시간, ‘회귀 회로’를 따라 우주 비행을 떠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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