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결승선에서 이기는 법
『 집게로 가리키고 엄지로 잡았으니, 너의 의식 』
어느 맑은 날 일몰의 시각
나는 해(解)를 따라 떠날 거예요. ‘아해’와 함께 바다를 건너고 지구의 대기권을 훌~훌~ 넘어서서
1억 5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해에 도착하는 게 1단계 목표입니다.
2단계 목표는 블랙홀의 모든 압력을 견뎌내는 것, 궁극적으로 ‘지성의 도시’에 다다르는 게 꿈이니까요.
까닭에 동계훈련은 나 자신을 상대로 마지막 게임을 벌이는 ‘내력(內力) 키우기’.
더할 수 없이 작디작아지는 것입니다.
결승선 앞에 다다라서야 겨우 용감해질 수 있었습니다.
‘이건 내 인생이니까 이 대본은 내가 쓴다.’, 변하지 않는 법칙은 오직 이것뿐이었지요.
엄마는 끝까지 몰랐겠지만 사실 내 발 하나는 언제나 그쪽에 있었거든요. “착한 아이가 되어라, 오늘도 선생님 말씀 잘 들어. 성공해야지. 행복해라.” 그런 말을 넘치도록 들었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알려준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니까 그냥 양다리를 걸친 채 살았던 거지요. 삶을 납득하고 나를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결정적으로 엄마와 내가 다른 노년을 살게 한 키워드, 그건 ‘영과 일’입니다.
엄마는 ‘공놀이’를 즐겼거든요.
평생 직업인으로 일을 하면서 영을 자리 기호로 바라보고, 자릿수가 하나씩 늘 때 성공을 자축했어요. 처음 몇 자리는 정말 애를 써야 얻을 수 있지만, 어느 지점부터는 마술처럼 공이 공을 불러들여 저절로 위치가 높아졌습니다.
“BIG, BIG.” 엄마는 외력(外力) 키우는 일에 일생을 바쳤습니다. 빅 삑삑 불협화음이 테크노 사운드처럼 들리는지 계속 달렸어요.
늦가을에 유례없는 캐스팅을 받은 주연 여배우처럼 곡간을 증축하며 의기양양했지요.
하지만 생의 마지막 계절은 전혀 아름답지 않았어요.
바깥세상에서 답을 찾았던 엄마는 몸의 구조가 쇠약해져 몰락한 내구력(耐久力)으로 삼계절보다도 긴 겨울을 무력하게 지냈습니다.
내 마음에는 ‘119호실’이 있었습니다.
처참하게 뭉개진 천 명도 넘는 태아를 잊은 적은 없었어요. 세상을 향해 우렁차게 첫울음을 터뜨리고 싶었을 슬픔,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던 생명을 어떻게 내가 잊을 수 있겠어요.
흔들릴 때마다 나침반이 되어주었습니다.
세상에 속지 말라고. 죽음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라고, 역산(逆算) 해야 한다고 그랬어요.
음력 섣달 그믐날 텅 빈 들판에서 흥에 겨워 훠이훠이 날아오르는 로켓의 우주 대장정을 꿈꾸기에
인내심으로 풀씨 한 알에다 대자연의 내력(來歷)을 가을로 옹골차게 담고저
굵은 땀방울로 여름을 일구어내는 내력(耐力)은
꽁꽁 언 땅에서 힘겹게 새싹을 틔우는 봄 문 열기부터.
겨울의 서사(敍事) 고요의 기지
‘0과 0,1 사이에 시선 고정’
10⁻⁵(0.00001) 홀(忽)보다는 10⁻¹⁵(0.000000000000001) 수유(須臾)가 훨씬 영에 가까워지는 길이기에, 더욱 깊숙이 나를 응시하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빛에너지’가 들이닥쳤는데, 첫 경험을 잊을 수 없는 것은 나이아가라 폭포가 일제히 손뼉을 치는 것처럼 강렬하게 환영을 받은 느낌 때문입니다.
매일 에너지와 만날 때는 온몸이 부르릉, 꼭 우주선에 탄 것 같아요. 그것만으로 나 성공한 것 같아요.
빛에너지에 관한 한 리모트 컨트롤은 내 손에 없을 것이므로 겨울 벌판을 유지하는 건 규칙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바보이기.
궁극적으로 내가 다다라야 할 곳은 10⁻²⁰ 공(空)의 텅 빈 청정(10⁻²¹) 일 터이니 우주와 나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려 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무전여행에 앞서 겁 없이 질주했던 청년 정신으로 기본 중의 기본으로 돌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