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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반짝 Sep 30. 2015

연관 된 책 읽기

모비 딕 & 지구 끝의 사람들




내 이름은 이스마엘. 앞으로 나를 그렇게 불러 주길 바란다. 


 <모비 딕>의 첫 구절인 이 문장을 두 번 만났습니다. 약간의 번역의 차이는 있지만 처음은 루이스 세풀베다의 <지구 끝의 사람들>에서였고, 두 번째는 그 책에서 언급된 <모비 딕>을 통해서였습니다. <지구 끝의 사람들>에 <모비 딕>의 첫 구절이 나와서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 전부터 많은 책들에서 언급되어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기도 했습니다. <지구 끝의 사람들>을 통해 <모비 딕>을 읽고 나니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개운함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토록 궁금해 하던 <모비 딕>을 읽었다는 후련함 때문이었습니다.  



  <지구 끝의 사람들>과 <모비 딕>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작품입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고래'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모비 딕>은 흰 고래에게 한 쪽 다리를 잃고, 광기와 집착이 더해진 채 그 고래를 쫓는 아하브 선장의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그에 반해 <지구 끝의 사람들>은 일본의 포경선의 포획을 막는 몇 명의 사람들과 범고래 무리의 놀라운 기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바다의 광활함이 배경이 되어 고래들이 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까지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비 딕>과 <지구 끝의 사람들>이 확연히 다른 이유는 고래와 인간의 위치입니다. 




<모비 딕>에서 아하브 선장의 광기 때문에 고래를 쫓고(물론 이익을 남기기 위해 다른 고래도 사냥을 합니다.), <지구 끝의 사람들>은 첨단화된 설비로 고개를 사냥하는 사람들이 공통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아하브 선장의 포경선의 현대판으로 부각될 수 있는 일본의 니신마루 호는 더 잔인하고 무모한 방법들로 살육을 저지릅니다. '현대'라는 느낌답게 프로정신보다 물질을 좇는 느낌이 강한 니신마루 호의 적은 다름 아닌 인간과 고래였습니다. <모비 딕>의 흰 고래를 아하브 선장 혼자만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반면, 니신마루 호는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자신들의 행동을 저지하는, 그린피스에서 날아온 한 청년과 닐센 선장이라는 인물이 두려울 리 없는 니신마루 호였지요. 고래도 두려워하지 않는 판국에 겨우 몇 안 되는 사람들을 의식해 사냥을 관둘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범고래들의 공격을 받으며 그동안 무참하게 행해졌던 고래잡이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두 편의 고래 이야기는 연계해서 읽으니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모비 딕>을 먼저 읽고 <지구 끝의 사람들>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시대 흐름의 변화의 이유도 있지만 고전과 현대소설의 차이를 느낄 수도 있고 그 안에 내포된 미미한 변화의 물결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권의 책을 덮고 나서도 일렁이는 파도와 끝이 보이지 않은 바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신비로운 생명체 고래가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면 쥘 베른의 <해저 2만리>까지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해저 깊은 곳을 여행하다보면 육지에 살고 있는 지금이 되레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요.




이 책들을 읽고 난 뒤 한 동안 바다에 관련된 책들만 찾게 될지 모르지만 이렇게 연결되는 독서의 묘미를 느껴보기 바랍니다. <지구 끝의 사람들>을 통해 <모비 딕>을 읽었던 것처럼 직접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뿌듯한지를 몸소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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