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죽음에 관해 쉽게 왈가왈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것이 타인의 문제이건 혹은 자신의 문제이건 간에 아무도 그런 일을 가볍게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 고뇌와 고통과 그를 넘어선 우연이 혼재하는 극적이고 거대한 세계, 그 일부만을 핥으며 공감을 표하거나 어떤 죽음은 응당 왔어야 했다고 지껄이는 짓거리는 전부 미친 짓이다. 43쪽
거의 매일 죽음을 보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말한 죽음은 적나라했다. 그간 나는 ‘미친 짓’을 서슴지 않았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서 짜증이 날 정도였지만 밀려드는 응급실의 삶의 단면과 또 다른 죽음을 지켜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분명 피하고 싶었다. 때로는 너무 끔찍하고 처절해서 아무 소용없는 걸 알면서도 책에서 시선을 멀리 한 채 읽어나가기도 했다. 스스로 응급의학과를 선택해서 매일 이런 일을 해나가는 그의 글은 담담하면서도 괴로움에 울부짖었고, 끝도 없이 밀려드는 고뇌 앞에 어찌할 바를 모르기도 했다. 순간적인 판단과 선택이 요구되는 응급실에서 망설임과 멈춤은 용납되지 않았다. 그랬기에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했고, 그러지 못했을 땐 평생 짊어가겠노라 스스로 짐을 떠안기도 했다.
녹록치 않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그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의사로서의 능력과 신념이 동반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라는 생각만 어렴풋이 들 뿐이다. 그래서 적나라하고 처절하고 고뇌로 가득 찬 그의 글이 고마울 정도였다. 처음엔 무슨 의사가 이렇게 글까지 잘 쓰나 싶어 근본 없는 질투가 일었다. 그러다 그에겐 이 기록이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저히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기반성이, 고뇌가,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신념이, 의사로서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 그러면서도 ‘이 글은 결국, 어떠한 주장도 아닌 그저 현실’ 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 글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지 않았다. 다만 읽는 것만으로도 심호흡이 필요할지라도 꼭 읽어봐야 한다고 되뇔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