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깨지는 것은 사소한 마음의 결의 어긋남 때문이다

이 모든 말들은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인지도 모른다.

by 안녕반짝
undefined.jpg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깨어지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보다는 사소한 마음의 결이 어긋난 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것을 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넘기고 만다.


관계가 원만할 때는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생각하고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한 사람이 부족하면 남은 한 사람이 채우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가 끝나고 나면 그간 서로 나누었던 마음의 크기와 온도 같은 것을 가늠해보게 된다. 이때 우리는 서운함이나 후회 같은 감정을 앓는다. 특히 서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연의 끝을 맞이한 것이라면 그때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후회될 만큼 커다란 마음의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45~46쪽




- 며칠 전 문득, 오래전에 불쾌하게 끊어버린 인연들이 생각이 났다.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왜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그 사람과 인연을 맺고 있지 않아도 하등 불편할 게 없는데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의 실수가 있었고, 무례했고, 철없이 보낸 메시지가 나에게 쌓였던 화를 토로하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내게 그간의 서운함을 넘은 비난을 쏟아낸 그 사람을 다시 볼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좋게 마무리 하고 싶었던 나는 내게 서운하게 했다면 미안했다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리고 거의 일주일 간을 참담한 마음으로 보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 먼저는 내 잘못이 있었지만 나도 분명 화가 나고 짜증 나는 게 있었는데, 좋게 마무리하겠다는 심산으로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한 몫 하고 있다.



이렇게 끝나버린 관계로 힘들어 할 때 무척 친한 지인에게 이 모든 이야기를 했다. 당연히 내 편이 되어주었고 많은 위로를 해주었다. 덕분에 용기를 내고 서서히 그 일을 잊어갔는데 얼마 가지 않아 그 지인과도 연락이 끊겼다. 이유는 거의 일년이 다 되어서야 들을 수 있었다. 끊겨버린 연락에 무척 상심하다 <미움 받을 용기>를 읽고 용기를 내어 메시지를 보냈다. 왜 연락이 끊겨버렸는지 이유도 알지 못한 상태여서 답답하고 화도 나고 서운한 감정이 잔뜩 있었음에도 역시나 책의 분위기에 홀려 왜 우리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간의 추억이 나는 너무 좋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분명 좋은 추억이 더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답장이 왔다. 그리고 답장의 내용에 경악했으면서도 난 한마디도 쏘아 붙이지 못한 채 좋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일어나서 지난 밤 일을 생각하니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 사람이 나와의 연락을 끊은 것은 '사소한 마음의 결이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어긋남을 굳이 나한테 말할 필요가 없어 침묵을 선택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당황했을 수도 있겠다고 했다. 둔한 나는 그 모든 걸 알아차리지 못했고 하루가 멀다하고 연락하던 사람이 연락을 뚝 끊어버리고 바빠서라고 말했는데도 나는 그냥 기다리기만 했다. 내 마음을 다 줘버렸기 때문에, 거르지 않고 줘버린 그 마음 때문에 결이 어긋난 줄도 모르고 반푼이처럼 굴었기 때문에 상심도 컸다. 생활 패턴에 지장이 갈 정도로 석달 정도 마음 속으로 끙끙 앓았던 것 같다. 계속 생각나는 말은 '왜 그랬을까?'였다.


처음엔 그 사람이 내게 말한 이유 때문에 너무 화가 났고, 한마디도 제대로 쏘아붙이지 못한 나에게 화가 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그럴 수도 있다.'라고 결론 지었다. 나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그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훗날 내가 저지를 일들에 대한 반성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양쪽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단절돼버린, 그래서 나 혼자 화병을 키우고 있는 인연에 대해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문득 이 일들이 떠올랐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내 안에 서운하고 아쉬운 게 많아서 그런걸까? 이제와서 쏘아 붙인다고 해서 속이 후련할 리가 없다. 오히려 후회가 더 남을 거라는 것도 알고 그럴 생각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답답한 이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 최근에 맺게 된 인연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동네 주민이었고 우연히 알게 되어 두 번째 만남을 가졌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어떠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많이 놀랐다. 그리고 우리가 처음 맺은 인연은 그런 것과 상관없으니 개의치 말고 편하게 만나자고 마무리를 지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고 내 안에서는 이런 말이 계속 맴돌았다.


몰라도 될 뻔 한 사람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좀 나쁜 생각 같았지만 관계를 맺는다는 게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오랜만에 느낀 터라 피로해졌다. 그래서 굳이 쏟아내지 않아도 될 말들을 나역시 쏟아내고 있다.


이 모든 말들은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인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눈물의 여러 가지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