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라는 것은 재미있는 물건이다.

by 안녕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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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라는 것은 재미있는 물건이다. 하나하나의 블록이 특정한 생각하에 형성되어 있다는 게 잘 드러난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블록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때그때의 생각에 이끌려서 일군의 서적을 모은 결과가 각각의 블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약 20만 권이나 되는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 앞에 부러움보다 정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가 더 궁금했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리보다는 자료 자체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가 사진만 휙휙 봤을 땐 지저분하다, 정리해주고 싶단 생각이 막 들었는데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저자만의 역사를 가진 서재라 깔끔한 정리란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필요시 서가를 통째로 옮겨서 자료로 쓰기 때문에 자리이동도 많고 분류도 쉽지 않기에 저자가 이렇게 설명해주지 않으면 구경꾼마저도 될 수 없을 것 같은 서재였다.

내가 전혀 관심이 없거나, 아예 알지 못하거나, 궁금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던 분야까지도 쉽게 설명해주어서 책을 읽다 말고 온라인 서점에서 계속 책을 검색했다. 대부분 국내에 번역이 되지 않았지만 종종 관련 도서를 찾아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내가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과학, 철학, 역사에 관한 책들임에도 저자가 이야기해주면 단박에 재미난 책으로 변해버린다. 그래서 열심히 리스트를 만들었고 그 책들을 하나씩 만나보며 저자가 넓혀준 세계에 조금이나마 들어가 보려 한다.


특히 나에게는 종교에 관한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종교를 가지고 있다 말하면서도 기독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성경 일독도 힘든 나에 반해 저자의 열정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저자는 성경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서 히브리어는 물론이고 코란을 읽기 위해 아랍어까지 배웠다고 한다. 어떤 분야에 관심이 생기면 두루두루 공부해서 틀에 갇힌 시선과 지식이 되도록 두지 않았다. 저자만의 방식일지 모르나 다양한 시각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었고, 덕분에 진지하게 성경을 읽고 공부해 볼 것을 다짐하는 시간도 되었다.

고양이 빌딩 곳곳을 누비다 보면 한 사람의 서재라 믿기 힘들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저자 나름의 방식으로 습득하고, 분석하고, 소화시켜 ‘지知의 세계’를 아무런 편견 없이 펼쳐주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책 속의 책을 넘어, 한 개인의 소유물을 넘어, 책 속에 담긴 정보와 메시지를 넘어, 광활한 지식의 세계를 여행하고 온 기분이 든다.


김영하 작가가『읽다』에서 언급한 ‘책의 우주’가 이곳이 아닌가 싶다. 고양이빌딩의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책의 우주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가 맘껏 유영하게 된다. 저자는 시종일관 끝없는 호기심과 열정으로 책의 우주를 맘껏 누비며 타인에게도 거리낌 없이 안내해준다. 그 안에서 나 역시 맘껏 즐거워했고 알고 싶은 것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런 지적인 호기심이 자연스레 일었다는 것, 그 세계를 재밌어 한 시간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두고두고 이 세계를 탐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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