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by 안녕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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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울어도 돼, 눈물이 슬픈 마음을 씻어주니까, 하는 말만 언제나 들었습니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마음이 쿵, 하고 떨어졌다. 아이들이 울면 왜 우냐고, 뭘 잘했다고 우냐고, 얼른 그치라는 협박만 하는 나인데 울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는 아이의 말에 엄마인 내 입장에서만 아이들을 다그친 건 아닌지 반성이 들었다.


9살 아이가 쓴 심상치 않은 글. 그 사실부터 편견의 시선이 올라오더니 왕따를 당하고, 학교에 가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며 부모님의 이혼 이야기가 나오자 내 마음속에서는 그래서 이 아이가 이렇게 예민하고 남다른가 보다고 제멋대로 생각해 버렸다. 어쩜 이렇게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이 아이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내 자신이 못내 부끄러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나도 분명 이 아이처럼은 아니더라도 순수했던 마음을 지녔던 순간들이 있었을 텐데, 세상 탓만 하며 내 마음이 찌들었다고 불평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할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감각을 소중하게, 자기에게 솔직하게,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용기.

이런 글은 솔직히 너무 성숙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9살 아이가 쓴 글이기 때문에 그 사실을 완전히 망각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이 아이의 입을 통해서 들으면 정말 그래야 할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바오는 9년을 살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엄마와 잠깐 떨어져 지낸 힘든 기억도 있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고(자신이 나온 동영상을 보고는 왕따를 자처했다는 자기반성까지 했다. 대단하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홈스쿨링을 하면서(지금은 학교로 돌아갔다고 한다.)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용기가 필요한 일들을 여럿 겪었다.

나는 열 살. 앞으로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어서 좋다.

멋지다. 앞으로 실패할 것을 알고 살아갈 인생이 얼마나 여유롭고 너그러울까? 이 말이 꼭 열 살 바오에게만 해당하는 걸까? 어른이라는 이유로, 실패를 자주 한다는 이유로 좌절하고 절망감에 싸여야 하는 게 바오의 시선에서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포기와 실패는 다르다. 바오는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실패하며 살아갈 인생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바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전전긍긍하지 않게 된다. 실패를 경험함으로 실패를 안 하는 방법이 아닌 실패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고, 그래도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이다. 그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아이의 우주가 넓어지는 때는 부모의 우주가 펼쳐지는 때다. 그리고 스스로 펼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다. 어느 쪽이든 좋다. 그러나 부모의 우주가 펼쳐지는 편이 아이는 편하다. 나처럼 짱 편하다.


대부분 아이의 우주가 넓어지길 바란다. 그래놓곤 서서히 부모의 우주에 아이를 가둔다. 나 역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바오는 그래서 부모의 우주가 함께 넓어져야 아이의 우주도 넓어지고 부모의 우주가 펼쳐지는 쪽이 아이가 더 편하다고 말하고 있다. 너무 귀엽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우주를 쭉쭉 넓혀서 우리 아이들의 우주도 넓혀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내 우주에 갇히지 말고 네 우주를 맘껏 유영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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