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반짝 Oct 29. 2018

카페에서 읽기 좋은 에세이!

요즘 햇살이 좋아서 그런지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러다 카페에 들어가서 음악을 들으며 차 한 잔 마셔도 그것만으로도 소소한 행복이 된다. 외출을 하면 항상 책을 들고 나니는 터라 즉흥적으로 카페에 들어갈 때, 순간의 기분과 책의 호흡이 좋으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카페에서 읽었을 때 정말 좋았던 혹은 카페에서 읽었으면 더 좋았을 책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1. 1cm+ - 김은주



깊은 밤, 책상에 앉아 작은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하나하나 꺼내보았다. 읽다 만 책도 있었고 읽으려고 가져다 놓은 책도 있었다. 20권이 넘는 책들을 꺼내서 읽다 안 읽히는 책들은 도로 집어넣고 마음이 가는 책들은 계속 읽었다. 그러다 이 책이 마음에 훅 들어왔다. <1cm art>를 읽고 좋아서 구입한 책인데 마음이 동하지 않아 계속 책장 신세만 지고 있었던 책이었다. 그러면서도 은연중에 저 책은 정말 내 마음이 힘들거나 혹은 위로 받고 싶을 때 꺼내서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금방 읽힐 책이지만 아무 감흥 없이 쉽게 읽어 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 시간에 보답하듯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이 책을 담담히 읽고 있는 나를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것 같았다. 느긋하게 읽었지만 책장은 쉼 없이 넘어갔고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으면 메모지를 붙이고 잠시 음미하기도 하고 혼잣말처럼 자책과 다짐을 되뇌었다. 왜 이렇게 마음이 평안하고 책 속의 말들이 내게 콕 박히는지 곰곰 생각해 보니 오랫동안 쌓여 있던 감정을 격하게 남편에게 모두 쏟아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한 직후라서 그랬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그 행위가 무척 부끄럽게 여겨지는데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에 더 이상 자존심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서로 상처를 좀 받더라도 싸매고 있는 것보다 풀어내는 게 더 낫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순간의 분노, 순간의 오해, 순간의 욕망, 순간의 좌절, 순간의 유혹...... 악마는 순간을 지배한다. 순간을 지배함으로써 모든 것을 지배하는 법을 안다. 반대로 순간이 순간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래서 곧 지나가 버릴 순간에 구속당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영혼과 인생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17~18쪽)


 나의 순간의 분노를 곱게 포장하긴 했지만 감정을 쏟아내는 것에 좀 더 솔직해지기로 다짐한 뒤 이 글귀를 보니 많이 부끄러웠다. 감정을 쏟아내기 직전에 나는 순간의 유혹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내 자신에게 순간을 참지 못해서 욱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순간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잠시 심호흡을 하거나 잠시 공간을 이동한다거나 하는 행동으로 조절해 보기로 했고 좀 더 자유를 갈망하게 되었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대부분 현실보다 상상이다.(26쪽)’란 말에도 적극 공감하면서 머릿속에 온갖 상상력을 현실로 끌어들이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당근과 채찍을 한꺼번에 받는 것 같아 하나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아서 좋았다. 위로에 잠시 마음이 촉촉해지면 금세 이런 마음을 채찍질 한다. 내가 무언가에 회피하려 TV를 보거나, 핸드폰 게임에 빠져 있거나, 쇼핑에 빠져 있는 행위를 ‘마음의 커튼’에 비유해서 공감시켜 주었고 그 커튼의 이면에 진짜 무엇이 있는지 정면으로 바라볼 시선도 만들어 주었다. 그러면서 ‘약간’ 해본 것, 성공, 기쁨, 만족, 사랑 등등에 위안 받지 말고 두려워하라고 말한다. 나쁜 버릇(소파 위 게으름, 인스턴트식품, 나쁜 뉴스, 거짓말 등)에 적응하는 것도 말이다.



2. 잘돼가? 무엇이든 - 이경미



책이 읽고 싶은데 도무지 읽어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책을 들고 집 근처 카페로 갔다. 평일 한 낮인데도 카페는 앉을 자리가 거의 없었다. 널찍한 책상에 겨우 자리를 정하고 앉았지만 내 앞자리까지 그야 말로 사람들로 빽빽했다.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들으며, 평안한 상태에서 책을 펼쳤다. 그리고 얼마 안가 책을 덮고 천장을 보며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부디 내 앞에 앉은 여자가 날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길, 내가 웃지 않으려 천장을 보는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않길 바랐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마주한 웃긴 장면에서 그야말로 나는 맥없이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렇게 책을 읽다 무심코 터져 나오는 웃음이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냥 기분이 좋았다.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존중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정말 싫은 마음을 완벽하게 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도 아름다운 존중이다. 75쪽

영화감독인 저자의 이야기는 주제에 따라 우울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어둠으로 침잠하기도 하며,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하지만 저자의 글은 결코 독자의 감정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않는다.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고나 할까? 깊게 공감해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들지도, 너무 겉핥기만 하다 지나치지 않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감각적으로 잘 썼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고, 이래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빤하고 지난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도 어쩜 그렇게 솔직하고, 웃프고, 무언가를 자꾸 생각하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지! 저자의 의도야 어떻든 나는 이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글이 참 좋았다.

삶이라는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그 패배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라고 밀란 쿤데라는 말했다. 90쪽

그러면서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모든 것을 깨달아 버린 혹은 정답이 없는 삶의 질문 속에서 여전히 헤매는 것 같은 공감 가는 말들이 나올 때면 여러 번 문장을 곱씹었다. 마치 내 경험인 듯, 과거에 그러했던 일들이 이제야 확인 받는 듯한 기분에 휩싸여 쉽게 눈길을 떼지 못했는지도 몰랐다. 이상하게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나의 과거를 모두 되짚으며 그때는 왜 그랬을까, 참 어리석었구나, 즐거웠구나, 다시 돌아가도 어쩔 수 없겠구나 하는 여러 감정들이 솟구쳤다 사라졌다. 그런 감정들이 남긴 뒷맛이 일단 씁쓸하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잠시 추억 속에 잠겼지만 결국 그렇게 여러 맛을 느낄 과거를 또 만들기 위해 미래를 향해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라고 인정했다.

분명 재밌게 읽었는데 이 모든 감정들이 나를 휩쓸고 지나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대단하지 않는 일들이, 대단하게 여겨지도록 만드는 것은 일단 내 안에 잠재해 있는 모든 감각의 총동원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말이다. 그것을 풀어내는 능력에 따라 이야기가 갈리겠지만 나도 그런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어떠한 형태든 시작을 해보고 끝을 보고 싶었다. 오래전 저자의 일기가 이 책에서 그런 역할을 했듯이 무언가 끼적거리더라도 남겨보고 싶었다. ‘잘 되고 있지 않아, 아무것도’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도 어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하나의 과정인 것을! 뭔가 엄청난 걸 깨달아 버린 것 같다.




3. 모던 라이프 - 장 줄리앙




나는 좀 까다로운 사람인데다 나를 짜증나게 하는 것들도 무척 많다. 그렇다고 끊임없이 불평을 해대서 주위에 있으면 불편한 사람이 되느니, 내 작업을 통해 이런 것들을 코미디로 바꿔보기로 했다. 


짜증을 코미디로 바꾸려는 시도가 어떤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아 무심코 책장을 넘겼다가 나도 모르게 픽, 웃고 말았다. 급기야는 낄낄대다 박장대소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유머를 발견하려 애쓰는 일은 곧 스트레스 해소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짜증이 이 책을 보는 동안에는 깡그리 잊혔다. 양복을 입고 태연히 발표를 하고 있지만 아랫도리가 축축한 그림이나, 한 남자는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반대편 남자는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그림, 의자 괴물을 나타낸 그림들은 흔히 마주할 수 있지만 세심한 관찰이 아니면 코미디와 연결 지을 수 없는 센스가 돋보인다. 



그리고 그런 유머가 왜 즐거운지를 아는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림 속 상황과 배경이 우리 정서와 좀 다를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이 얽혀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불편하고, 피곤하고, 짜증이 날 수 있는데 생각의 전환으로 별 일 아닌 걸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용기가 없거나 시선이 두려워 해보지 못한 일탈(?)들로 인해 간접적으로나마 후련함을 느끼면서 불쾌한 감정들을 시원히 날려버리는 기분. 글이 거의 없는 그림으로 이런 기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또한 저자는 매일 아침 사무실에 도착하면 한 시간 남짓 주변 물건들을 갖고 논다고 했다. ‘창의력 체조’라 부른다고 하는데, 사물을 완전히 새로 인식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세상 속의 예술가’라는 제목이 붙은, 앞선 그림들과 좀 더 다른 창작물을 보고 있으면 주변 사물들도 얼마든지 존재감을 뽐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커피가 들어 있는 머그 두 잔이 선글라스를 낀 사람으로 변할 때나, 하얀 붓이 수염과 머리카락으로 변할 수 있는 모습들은 기발했다. 내가 매일 마주 하는 것에 생명을 불어넣고(?) 친구처럼 혹은 동지처럼 대할 수 있는 시선과 생각이 부러웠다. 그렇다면 나 혼자 늙어가는 게 아니구나(읭?), 혼자가 아니구나 하며 사물들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런 소소한 즐거움이 생긴다면 일상이 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 말이다.



4. 그런 책은 없는데요… - 젠 캠벨





아무런 정보 없이 그저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들어 읽게 된 책이 좋아질 때면, 책을 읽는 즐거움은 배가 된다. 이 책 역시 그러했고 예상치 못한 행복이 찾아온 듯 푹 빠져 들어 한참을 웃다, 황당해 하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는지 의심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작은 책방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은 책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만큼 많은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을 차지하고라도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제인 에어’가 쓴 책과 <안네의 일기> 속편이 있냐고 묻고, 제목을 정정해 주어도 자신이 태어난 해와 똑같아 정확히 기억한다며 <1986>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실수는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뒤로 갈수록 맘껏 웃을 수 없다는 사실에 조금씩 난감해졌다.


그런 생각이 점점 짙어진 건 서점에 전화나 방문을 해 항의를 하는 건지 괴롭히는 건지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손님들 때문이었다. 무려 캐나다에서 전화를 걸어와 동화책 때문에 자기 딸이 악몽을 꾼다며 판매 중지를 요청하거나 책을 주문하고 몽땅 복사한 후 반품해서 서점에서 항의하자 자신이 예언자라며 종교 팸플릿을 보낸 사람도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질서와 상식이 필요하지만 늘 그 기준이란 게 모호하다는 걸 느끼고 어려워 할 때가 많다. 서점에서 만난 다양한 손님들을 보며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가도 그런 기준이 다른 것인지, 이기적인 것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았다. 처음엔 그저 즐겁고 독특하다는 사실에 매료되었으면서도 사연이 심각해질 때마다 왜 서점에서 이런 요구들을 해대는 것인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뒷부분에 다른 서점의 이야기도 실려 있지만 독특한 손님을 대하는 저자를 보면 책을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해주려 할 때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그래서 이런 손님들을 만날 때마다 저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궁금했다. 이상한 질문과 요구를 하는 손님들을 최대한 정중하게 대하는 모습이 나오지만 그 이상은 없다. 개인적인 설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그 이후 상황을 독자가 모두 받아들여야 하니 마치 내가 서점 직원이 되어 그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책을 읽어갈수록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 뭐,’ 싶다가도 어느새 피로해지고, 왜 서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고, 수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듯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런 시간을 견디고 버티고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보람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책이라는 방패막이 존재하는 서점이라는 공간 때문이 아니었을까? 반대로 책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저자 또한 그런 마음이 들었을 거라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서점이라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오는 곳이 아님을 제대로 느꼈다고나 할까? 종종 책 속을 통해 넓은 세상을 경험하면서도, 종종 너무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 이 책을 통해(자꾸 책을 언급할수록 ‘책’이라는 아이러니에 갇히니 서둘러 이 책 속에서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응? 이게 무슨 말이지?) 책 밖의 세상을 제대로 경험한 기분이 든다. 역시나 책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한 권의 책으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렇더라도 내가 서점 직원이라면 이런 손님들은 자주 만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이 시간에도 다양한 손님으로부터 꿋꿋하게 서점을 지키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존경을 표해본다. 



5.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 정은우



여행이란 듣기에는 설레도 막상 해보면 대체로 고단한 것투성이다. 어쩌면 우리는 반짝이는 찰나를 위해 고단함도 감내하겠다는 각오를 여행이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 33쪽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여행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준비부터 설렌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귀찮고 고단해서 쉽게 여행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준비해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 성향과 안 맞을 뿐,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정하자 더 이상 여행에 관한 글을 회피하지 않게 되었다. 여행서를 마주할 때마다 나도 가고 싶어 질까봐, 현재의 나의 상황을 한탄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렇게 마음이 편해지자 여행서를 자유롭게 읽을 수 있었고, 오히려 가보고 싶은 곳도 생겨났다. 틀에서 벗어나면 좀 더 자유를 느낄 수 있음을 경험한 셈이다.

여행자는 자신의 낯섦을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일상과 맞교환한다. 그렇게 그들의 일상을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것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여행 아닐까. 44쪽

그럼에도 종종 안전해서 평범한 나의 일상과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일상과 맞교환’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혼자 여행하기보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역시나 고단함을 이길 정도의 열정은 아니다. 그럼에도 저자의 글과 그림,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종종 유혹에 넘어가고 싶을 때가 있다. 특별함보다는 소소함에서 오는 느낌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할 일이 빼곡하게 적힌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는 너무 부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뭔가를 보고 남겨야 하는 여행과는 무관한 빈둥거림을 우리는 원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때론 예기치 못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여행의 느긋함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때론 ‘지금 여기에 없는 답이 여행이라고 있을 리가.’ 있겠냐는 팩트를 날리고 ‘이국의 낯섦을 보는 것도 좋지만 주변을 둘러보는 것 역시 훌륭한 여행이 될 있다. 잘 알고 있다 여기던 것들을 새삼스레 살펴보고 새로운 사유만 할 수 있다면’ 서 사람들이 국내 여행을 잘 하지 않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여행을 간접으로만 경험한 나에게도 제대로 날아드는 말들이 잠시 혼란을 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세계 많은 도시를 여행하면서 그 도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들려주는 게 좋았다. 작가나 책이 되기도 했고, 유명 인물이나 그림이 되기도 했다. 소소한 일상과 얽힌 여행의 느낌들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게, 때론 잔잔하게 흘러가는 글이 책 속으로 침잠하게 만들었다.


5.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 정은

이전 08화 절판 혹은 품절 된 책들!!(다른 판본이 존재하기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