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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새를 비롯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요.

by 안녕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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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장을 보고 올 때마다 음식과 필요한 물건을 사 가지고 오는 게 아니라 쓰레기를 갖고 온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온갖 포장지를 보면 이것들은 과연 어디로 가는 건지, 재활용이 되고 분해가 되긴 하는 건지 걱정이 든다. 그러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답답할 때가 있다. 장바구니를 쓰며 비닐봉투 사용량을 줄여보려고 하지만 쓰레기를 담아서 버리는 봉투부터 비닐이고, 플라스틱 쓰레기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분리수거는 하고 있지만 이 쓰레기들을 도통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지구를 지키는 생활습관 10가지’ 부재를 달고 있는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쉽게 지킬 수 있다 여기고 지나칠 수 있는 습관들이 나왔다. 전등을 끄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칫솔질 할 때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재활용을 하는 등 익히 알고 있어 어쩔 땐 더 지키기 어려운 일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연하게 그런 방법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알려주고 보여준다. 이를테면 칫솔질하는 동안에 물을 틀어 놓으면 물 18컵을 그냥 흘려버리고, 쓰레기 더미에 있던 애벌레가 쓰레기가 쓰레기통에 버려지자 무당벌레로 변신하고, 가까운 거리를 걸어 갈 때는 연료도 아끼고 공기 오렴도 막을 수 있다는 사실들을 함께 알려주니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된다. 이것도 환경을 지키는 것일까 의문이 드는 습관 하나는 추운 겨울엔 배고픈 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새를 비롯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요. 주변의 자연과 생명을 보살피는 일도 우리 몫이’라는 말이 참 의미 깊게 다가왔다.


딸아이와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우리가 지킬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나 되는지 따져보았다. 새 모이를 주는 것과 재활용 박스로 로봇을 만드는 것, 빈 화분에 씨앗을 심는 것(내가 화분을 잘 못 키워서)을 제외하고는 다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앞으로 더 잘 지켜보자며 물건을 쓰고, 쓰레기를 버리고, 외출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실천했다. 이 습관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따분하지 않고 그림책이 즐겁고 의미 있게 알려주어서 참 좋았다. 책장을 넘기면 널려 있던 쓰레기가 분리수거 통에 적절히 들어가게 구멍을 뚫어 놓은 섬세함도 좋았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흥미를 일으켜 지구를 아끼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어 오히려 고마운 책이었다.


책을 읽고 난 다음 딸아이에게 열 가지 습관을 들이면 뭐가 좋을지 물었다. 딸아이는 망설임 없이 ‘지구를 지키는 건 어렵지 않네!’ 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게 너무 기특해서 칭찬을 해주었지만 정말 딸아이 말대로 이런 습관이 길들여져서 지구를 지킬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구를 파괴하는 건 어른들의 이기심과 욕심 때문이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어서 담아두었다. 나중에 진실을 알고 나서 실망하지 않아야 할 텐데 그 부분이 가장 미안하다. 물려줄 게 없다면 깨끗한 환경이라도 물려줘야 하는데 과연 딸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세상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가늠도 못하겠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 사실을 받아들일 만큼 자연이 보존되어 있을까? 그저 지구를 지키는 생활 습관을 알려 주는 책이라 여겼던 그림책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금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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