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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아무 때도 아닌 거야.

by 안녕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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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로 지금 존재할 뿐인데. 나중으로는 가 본 적이 없고,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다람쥐는 항상 자기 자신보다 앞서 나갔던 생각들을 더 이상 좇을 수가 없게 되자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그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이불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지금이 아니면 아무 때도 아닌 거야.” 그러고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 67쪽


며칠 전 읽었던 책의 구절이 떠오른다. 행복이란 실체가 없으며 단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아, 그때가 행복했구나’ 정도밖에 깨닫지 못한다고 말이다. 자꾸 과거를 회상하며 미화시키는 나를 보며 행복에 대한 의미를 재정립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됨은 물론 시간이 지난 후에 이 시간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이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언정 완벽한 정의는 없다고 여겨지는데, 이 책을 보면서 좀 혼란스러웠다. 동물들이 주로 등장하지만 어렵지 않게 동물들에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대입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의외로 관계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상처가 치유되며, 존재감을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진실한 관계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 관계를 끊어낼수록 피로감이 덜 쌓인다고 생각되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웠다. 과연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떤 위치이며 책 속의 동물들처럼 과정은 있을지라도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러고는 눈물을 쏟아 냈다. 그날 저녁 큰개미핥기의 절망은 아주 천천히 멀어져, 수평선 너머 관목 숲으로 사라져 갔다. 다람쥐에게서 받은 ‘용기를 북돋는 생각들’이 떠올랐다. 50쪽


생일을 맞아 친구들을 초대했지만 생일 케이크를 망쳐 절망적인 상태니 오지 말라는 문구를 걸어놓은 큰개미핥기는 친구들이 두고 간 ‘용기를 주는’ 선물들을 풀어보며 눈물을 쏟아 낸다. 그리고 절망에서 회복 된 큰개미핥기는 ‘좀 더 자주 뭔가를 망쳐야 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친구들의 진심어린 위로의 효과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큰개미핥기의 경우만 보더라도 절망을 진실하게 드러내고, 도움을 청할 때 진정으로 위로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런 친구들이 있다는 전제하에 나올 수 있는 행동이더라도 혼자 살아가기엔 이 세상이 벅찬 곳이라는 사실을,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타인에게서 얻을 수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동물들이 드러내는 생각과 행동들이 종종 ‘뭐지?’ 할 때도 있다. 보통의 상식을 설명할 길이 없지만 다름이 어색하고 불편하게 다가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감정들을 풀어내고, 주변 친구들도 기다려줄 때 회복되는 과정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보통의 상식을 내세우며 다르면 이상하게 여기고, 나는 아닌 척 하며 감정을 숨기고, 괜찮은 척 하다 혼자 우울해하고 힘들어 하는 나를 보며 그런 친구들이 있는 것이, 혼자만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사실이 부러웠다. 이야기가 갑자기 끝날 때마다 어색할 때가 있지만 이렇게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독자에게 남겨주어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면서 관계에 대해, 감정에 대해, 기다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이 책은 아직도 나에게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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