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갈 길을 스스로 내는 일, 그게 글쓰기입니다.

by 안녕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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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 모든 일들이 처음에는 길이 없었습니다. 자기가 걸어갈 길을 스스로 내는 일, 그게 글쓰기입니다. (책 머리글 중에서)


나에게 글쓰기란 책을 읽고 느낌을 남기는 게 전부였다. 그것을 과연 글쓰기라고 부를 수 있을까 늘 부끄러워 하다가 언제부턴가 그 시간이 나에게 굉장히 소중한 순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문장력이 는다거나 어휘력이 자유스러워 지는 것이 아닌, 내 안의 감추고 싶던 상처와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용기였다는 것을 말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글쓰기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님을,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간추리고 정리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삶을 살아가면서 타인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타인을 배려하며 함께 섞여드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의식하느라 놓쳐 버린 순간과 자신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글쓰기라면 일기조차 선생님께 검사를 받아야 했던 기억 때문에 늘 내 중심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썼던 것 같다. 그래서 무언가를 드러내는 일이 서툴렀고 그런 행위가 글쓰기의 기초적인 마음인 것을 이제야 알아가고 있었다. 이 책을 보면 타인을 신경 쓰느라 감추기에 급급했던 내 마음의 흔적이 보여 가슴 찡하면서도 애틋했다. 나도 어릴 적 내 주변에 펼쳐진 것들에 관심을 갖고 마음을 쏟으며 말을 걸고 지켜보았다면 적어도 나를 감춰왔던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을 것이다.


김용택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그 아이들에게서 보아온 것들을 이 책 속에 남겼다. 모두 제각각인 아이들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것을 끌어내는 건 비슷했다. 순수함.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는 그대로 쓰며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는 아이들의 글을 보고 있으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잘 써보려고 기를 썼던 순간을 떠올리면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지도 않고 관심도 가지지 않은 채 그냥 저절로 나와 주기를 기대했던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아이들의 시는 책상머리에 앉아서 쓸 수 있는 그런 글이 아니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관찰하고 보는 시각을 기르고 생각하다 보니 순수하면서도 진실한 글이 나왔던 것이다.

풀꽃 _나태주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정말 예쁜 시다. 광화문 교보문고 빌딩에 걸려 있었다고 하는데 삭막하고 복잡한 도시에서 과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을 시다. 이런 시선과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러우면서도 부끄럽다. 나는 어떤 대상을 사랑하기 위해서 얼마나 자세히, 오래 보았는지 반성하게 만드는 시였다. 동시에 자세히, 오래 보면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처럼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얼굴을 그제야 제대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매일 쳐다보면 마음속 깊이 사랑이 맺히는 것처럼 내 주변의 것들을 그렇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랐다.


이 책을 내 손에 쥘 때의 심정은 이 책으로 인해 좀 더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고 조카들에게도 읽혀보며 그대로 시켜볼 작정이었다. 마음을 담기보다 방법을 더 알고 싶어 들여다 본 책이었는데 더 큰 것을 얻은 기분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도 분명 있겠지만 그에 앞서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생각을 하며 써 보는 것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때보다 더 진솔한 글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았으니 당장 시도해 보려고 한다. 맞벌이로 인해 방학임에도 텅 빈 집 대신 우리 집으로 출근하는 조카들과 함께 김용택 선생님이 알려준 방법대로 해보려고 한다. 물론 조카에게 시키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나도 시를 써보려고 한다. 조카들과 함께 낭독하며 서로의 느낌을 나누는 것.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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