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기 전에 이 책을 서너 번쯤 읽었었다. 그러다 아이를 낳고 아이와 함께 읽으니 조금 색다르게 다가오는 변화를 느꼈다. 누워서 바동거리며 노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겠다며 함께 누워 이 책을 펼쳤다. 소리 내어 읽어주면서 그림을 아이에게 오래 보게 하기 위해 천천히 넘기면서 아이의 모습을 살폈다. 아이는 형형색색 펼쳐지는 향연을 즐기는 것 같았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뚫어져라 그림을 보는 모습에서 혹시 내가 보지 못한 게 있나 하고 다시 살피게 되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 글만 읽고 휙휙 넘겼던 그림이 다르게 다가왔다.
먼저 느낀 점은 내 아이도 다음에 이런 세상을 보게 되고 이런 일들을 경험하게 될 만큼 자란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커갈지, 앞으로 펼쳐질 세상을 어떻게 느끼며 살아갈지 알 수 없지만 항상 아이 곁에 있고 싶다는 소망이 일었다. 함께 오래도록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이 아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아이가 만날 세상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면서 책을 보는 반짝이는 아이의 눈을 따라 나 또한 눈앞에 펼쳐진 색의 향연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낭만적인 생각에만 빠지도록 책 내용은 달콤하지 않다. 여러 아이들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힘들게 노동을 하는 아이와 쇼핑을 하며 초콜릿을 먹고 생일 파티를 하는 평범한 아이의 모습이 대조가 된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환경에서 자라야 하는 걸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소외되고 등한시 되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너무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구 엄마에게 이 모든 아이들이 하나 같이 예쁜지를 묻고 있지만 지구 엄마에 나를 대입해 보면 생각할 거리가 더 많아진다.
‘둠바 디 둠바 둠바 디 둠둠바’
지구 엄마의 노랫소리다. 이 노래가 평범한 아이들 앞에서는 즐겁게 들리지만 어린 나이에 노동을 하며 삶의 힘겨움을 이겨나가야 하는 아이들에겐 애잔하게 들려온다. 이 노래가 유일한 위안이 되듯 지구 엄마의 노래는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게 들린다. 그럼에도 지구 엄마는 한결같이 그 모든 아이들이 예쁘다고 말하고 있다. 모습만 다를 뿐, 처한 환경이 다를 뿐 지구 엄마의 눈에는 모두 소중하고 귀한 아이들인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을 알 리 없는 내 아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그림을 보고 있는 모습에 나는 이 모든 이면을 봐 버린 것이다. 형형색색 펼쳐진 세계 각국의 아이들의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이런 세상이 존재하고 이런 환경이 주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잘 알려 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나는 너를 무척 사랑하며 지구 엄마처럼 다른 아이들도 사랑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되뇐다. 아이는 이렇게 조금씩 부모를 철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