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안으로 침투해서 감각을 교란시키는 것, 때론

by 안녕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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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가 책을 집는 이로 하여금 간담을 서늘하게 하지만 배경을 알고 나니 제대로 공감이 갔다. 그림이 더 무섭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 주인공이 측은하게 보일 정도였다. 표지의 그림은 일랴 레핀의 「황녀 소피아」란 작품이다. 남동생 이반 5세를 차르로 내세우고 자신은 섭정이 되어 실권을 휘두르지만 불만 세력 측에 완패하여 수도원에 유폐되고 만다. 또 다른 봉기가 일어났는데 소피아가 관여 되었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화가나 주모자의 시체를 소피야의 방 밖에 매달아 놓는다. 그림의 오른쪽 창에 실루엣처럼 보이는 것이 시체다. 그녀의 표정과 자세가 왜 그런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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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끔찍한 그림도 있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제 아이를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란 작품이다. 아버지가 남긴 '너 역시 네 자식의 손에 죽을 거야'라는 예언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아 여동생이자 아내인 레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포세이돈과 하데스를 비롯한 다섯 자녀를 차례차례 집어삼킨다. 그림도 끔찍하지만 사연을 알고 나니 더 잔인하게 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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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의 「엘리자베트 황후」처럼 배경을 모르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림도 나온다. 그러나 우연히 언니의 맞선 자리에 따라 나갔다 얼떨결에 황후가 된 엘리자베트는 각오도, 사교술도 없이 어정쩡한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시집와 궁정생활과 시어머니와의 갈등에 부딪히고 만다. 남편도 아이도 마음 둘 곳 없었던 그녀는 외국여행을 하며 안주하지 못한다. 아름답지만 자신의 의자와 삶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은 그녀의 비극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몇 폭의 그림의 예를 들었지만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대부분 무서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저자의 설명을 듣고 그림의 배후를 알고 나면 그제야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서서히 무서움이 다가오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림에 대한 평이한 설명만 듣고 무서움을 느꼈는데 각각의 사연을 알아가다 보면 정말 무서운 것은 이렇게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그 모든 행위를 하고 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말을 확인이라도 하듯 그림 곳곳에 숨겨 있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 했다.


이 책을 번역한 이연식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에서 보지 못한 무서운 그림들을 여럿 설명을 해주셨는데 그 가운데 '일상 안으로 침투해서 감각을 교란시키는 것, 때론 이런 것이 더 무섭다.'라는 말이 무엇인지를 공감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보지 못한 안쪽 세계를 느끼고 내면을 느낄 수 있다면 한 폭의 그림이 주는 감동과 서늘함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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