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기대고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것, 문학

by 안녕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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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에 누워서 책을 읽어도 나를 행동하게 만드는 책. 아무런 동요도 없이 널브러져 있는 나를 벌떡 일으켜 세우는 책. 그런 책이 있다. 적어도 오늘 나를 그렇게 만든 책은 바로 이 책이다. 장영희 교수님의 강의가 담긴 책. 장영희 교수님이 돌아가신지 벌써 3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곁에 생생히 살아 계신 것 같은 착각이 인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럴 땐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울 때 책을 꺼내서 읽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조근조근 곁에서 나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시는 것 같아 늘 함께한다는 착각이 든다.


지금은 그런 질문을 거의 받지 않지만 한때 책을 왜 읽냐는 질문을 무척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장점을 무수히 늘어놓으며 책을 읽는 이유라고 거창하게 설명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유는 단순했다. 재밌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나와 마주할 시기가 맞지 않아 재미없다면 읽을 수 없었다. 내 주변사람들에게 이런 매력을 토해 책을 권하고 읽게도 만들었지만 금세 시들해지고 말았다. 책에서 발견하는 기쁨을 직접 경험하고 나면 읽는 지경이 넓어지고 더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 경지까지 오르도록 돕지 못했다. 내 안에 차 있는 것이 부족한 것도 있겠지만 무언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말한다는 것은 여전히 나에게는 어려웠다.


그에 반해 장영희 교수님은 열정적으로 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렵게 설명할 거란 걱정을 뒤로하게 만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쉽게 다가서도록 문학의 아름다움, 기쁨을 이야기해준다. 과연 문학에서 그런 것들을 만날 수 있냐는 의심과 함께 문학이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큰 신뢰를 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의 삶을 통해, 혹은 그들이 살아가고 살아온 모습을 통해 아직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삶의 경지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학을 가까이 할 이유는 충분하다.


사는 모습이 거기서 거기이니 인간적인 보편성을 찾아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화합하고 서로 기대고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것, 바로 그것이 문학입니다.(19쪽)


문학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각각 다르며 무척 광범위할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문학 속의 수많은 인물들을 만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어쩔 수 없었겠구나!' 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러다보면 현실에서 마주하는 엉뚱하고 황당한 상황들 가운데서도 그럴 수 있다고 기꺼이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꼭 문학으로 인해 나의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문학 속에서 만난 수많은 인물들의 다양함이 스며들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지경을 넓혀주었다는 말이다.


내가 살아가는 의미, 그러니까 내가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며 한평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와 지혜는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조금 더 깊고 넓게 생각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는 것입니다.(72쪽)


이 책은 장영희 교수님이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문학과 인생에 대한 강의라고 했는데 꼭 청춘이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지표가 될 수 있는 귀한 메시지가 많이 담겨있다. 문학을 접했을 때와 접하지 않았을 때 타인을 대하는 모습이라던가 머릿속에 담겨있는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교수님이 아무리 열변을 토해도 우리가 느끼지 못하면 전하는 메시지가 전달되지 못하듯,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문학에 대한 교수님의 열정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이 모든 이야기가 고리타분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책으로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 책을 통해 그 메시지를 받고 전달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궁금증을 가져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왜 문학을 읽는지, 문학 속에서 발견한 것들을 왜 우리의 삶에 접목시켜야 하는지를 잊지 않는다면 이 책이 가져다주는 풍요로운 사랑에 풍덩 빠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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