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호흡에 읽어버리면 안 되는 책인데 책을 잡자마자 졸음도 이겨가며 새벽 3시까지 읽어 버렸다. 저자가 좋아한다는 음악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기억하고 싶은 곳은 열심히 메모지를 붙이며 깊은 밤에 사색에 잠겼다. 마음에 확 와 닿는 책은 이렇게 순식간에 읽어버리는데 그 감동을 오래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저자의 말처럼 많은 것을 담기보다 한 권의 책을 꼭꼭 씹어 먹고 싶은데, 늘 더 많은 것을 보려 하고 멀리 가려다 보니 정작 남은 것은 공허뿐인 나와 마주하기 일쑤다. 폭풍처럼 몰아쳐 읽고 다시 잠잠해진 내 안의 바다를 보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저자는 두 달여 간 이십여 명의 20,30대와 함께 살아가면서 꼭 생각해봐야 하는 여덟 가지 키워드에 대해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놓았다.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었는데 30대의 나에게 와 닿는 것이 무척 많았다. 효과는 바로 드러났다. 이 책을 읽기 전 육아문제로 남편과 약간의 말다툼을 하고 안방으로 들어와 누워버렸다. 내 마음의 분노를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으면서도 남편에게 심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어째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남편이 안방에 들어와 말없이 나와 아이를 지긋이 안아주고 조용히 나갔다. 남편의 행동에 마음이 무너져 내려 더 미안해하고 있을 때 잠든 아이를 뉘어놓고 이 책을 펼쳤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들을 콕콕 짚어주는 것이 아닌가. 내가 자존감이 낮다보니 남편의 자존감을 존중해주지 못한 것이 드러났고, 보이는 것도 제대로 못 보는 마음의 시각이 부족했으며, 현재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괜한 화살이 남편에게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모든 것이 낱낱이 드러나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잠깐 품었던 마음속의 분노가 무척 부끄러웠고, 남편에게 당장 사과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 현재에 대해 좀 더 당당해지고 감사해하며 남편과의 소통에 힘쓸 것을 다짐했다. 저자도 말했지만 우리들은 타인의 시선에 너무 신경 쓴다. 또한 사회가 세워놓은 줄에서 이탈할까봐 전전긍긍한다. 가진 것에 감사하자 다짐해놓고도 내 주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평수, 연봉, 자녀들의 교육을 부러워하는 나를 발견한다.
하루를 성실히 살며 준비했을 때 기회가 온다는 것을 나는 경험했다. 10년 동안 방구석에서 책만 읽다 출판사에서 2년 동안 일할 기회를 얻었다. 그곳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나의 한계도 느끼고 책도 실컷 봤기 때문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일을 관둔지 일년이 지난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는데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저자가 말한 몇몇 사람들을 살펴보아도 여러 번 길에 들어섰다 아니라는 것을 알고 한참 뒤에 자기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자리 잡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나에게도 많은 기회가 있고 가능성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여전히 자신감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가지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앞으로 내가 꾸려나가야 할 나의 삶도 중요하지만 우리 가족, 특히 이제 세상에 나온 지 백일 된 딸아이에게 많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먼저는 네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 아이이며, 얼마나 사랑할 가치가 있는 아이인지를 알려주고 싶고 쉽진 않겠지만 세상이 정해놓은 틀과 줄서기에서 벗어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세상에 50일이나 빨리 나와 고생한 딸아이이기에 건강하게만 커 달라고 기도했는데 그 바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만 나의 의지대로, 나의 욕망대로 키우지 않겠다던 다짐이 이 책으로 인해 더 확고해졌다.
저자가 말하는 여덟 가지를 모두 다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 기억하고 싶어 메모지를 덕지덕지 붙여놨지만 책꽂이에 다시 꽂히게 되면 언제 들춰볼지도 모르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가졌던 마음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나를 좀 더 사랑해야겠다는 마음, 남편과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겠다는 마음, 딸아이에게 내 욕망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마음,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천하겠다는 마음을 좀 더 깊이 새기려고 한다. 그렇게 새기다보면 언젠가는 밖으로 나올 일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