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이 글이 20대 여성들이 주로 보는 잡지였지만 그래서 특별히 어떤 주제를 정해놓고 글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너무 아저씨 같거나 꼰대처럼 보일 수 있으니 그냥 편하게 썼다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실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저자의 에세이에서 익숙하게 등장하는 저자가 좋아하는 음악, 영화, 책,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하다 이상하게 번져도 그냥 흘러가게 두는 글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원주율 숫자를 코드화해서 우주로 강력한 전파를 계속 발신하는 연구소’가 있다는 이야기며, 우주비행사들의 논픽션을 읽고 큰일 보는 장면에 대해(특히 설사를 할 경우)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예기치 않은 이야기 속에서 예기치 않게 웃어 버리는 것. 그것이 하루키 에세이를 읽는 매력이라면 매력일 것이다.
저자의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글을 통해서 이야기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글로 증거가 남아 버리기에(?) 저자는 곤란한 주제 몇 가지에 대해서는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자신을 둘러싼 이런저런 말들에 대해서 ‘인격이나 작품에 대해 아무리 비난을 받아도, “미안합니다. 원래 상당히 문제가 있어서요.” 하고 마음 편히 대응’ 하는 게 어쩔 수 없음을, 그렇게 생각해야 편해진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자신의 문학에 대해서 비난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저자의 말을 애잔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나로서도 판단이 안서긴 하지만 말이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기는 것. 그 글을 타인이 재밌게 읽어주는 것. 소소하고 사적이라도 공감의 유무를 떠나 자신의 세계를 알아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글의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저자의 글을 즐겨 읽는 작가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저자의 글을 통해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내면의 하고픈 말들과 스쳐가는 생각을 기록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그래서 일단은 뭐라도 기록해보자 싶다. 사소한 거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