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의 추억』이 좋아 요시모토 바나나의 분위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아직 읽지 않은 요시모토 바나나 책을 여러 권 구입해놓고 읽고 싶은 책을 골랐다. 아빠를 잃은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시모키타자와의 거리를 찾은 이야기라고 해서 가장 먼저 손이 갔다. 내 마음이 허해서였을까? 주인공이 어떻게 그 아픔을 이겨나가는지 지켜보며 대리 만족을 원했나보다.
모르는 여자와 함께 죽음을 맞이한 아빠. 너무 허망하게 엄마와 자신의 곁을 떠난 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지만 아빠의 부재는 모녀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그 상처의 드러냄은 담담하면서도 솔직담백하게 이어져서 주인공이 시모키타자와에 머물렀을 때 약간의 안도감을 내 쉴 정도였다.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작은 음식점 레 리앙에서 음식을 먹다 기운을 차리고, 그곳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나 또한 그녀를 응원했다. 그렇게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다보면 상처를 회복할 수 있고 엄마도 곧 괜찮아 질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대로 이야기는 흘러가지 않았다. 처음의 소박하고 담담했던 마음은 아빠의 죽음을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아빠의 친구를 만나면서부터 조금씩 어두워졌다. 모르는 여자와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했던 이면에는 먼 친척뻘이며, 상대 여자가 사악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것. 어느 누구도 그 여자의 정체에 대해서 모르지만 아빠와 가장 친했던 야마자키 아저씨에게 희미하게나마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되었다. 종종 만나서 아빠의 평소의 모습을 전해 듣고 아빠가 죽음을 맞이했던 곳을 함께 가면서부터 분위기가 묘해지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이 주인공 요시에가 엄마와 함께 상처를 회복하고 조금씩 일상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다. 엄마와 부딪히는 부분에서도 아빠의 죽음의 과정을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할 때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회복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야마자키 아저씨를 좋아하게 되면서부터 그 모든 과정이 무산되는 것 같았다. 그 과정의 끝에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는 전개는 무척 행복한 일인데 상대가 하필 야마자키 아저씨라니. 아빠의 친구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데에 깊은 공감을 하지 못했고 흐지부지 끝나버린 결말에 대해 처음 가졌던 마음까지 상실해버린 기분이다.
시모티카자와에서의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삶이 요시에에게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 줄 거라 믿었다. 그 믿음대로 요시에는 점점 생기를 되찾아갔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자부심도 있었다. 언젠가 마주해야 할 아버지의 죽음도 용기 있게 다가갔지만 그가 사랑을 하는 데는 서툴렀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모든 게 익숙할 수는 없지만 그 익숙함이 낯설어 남자친구와 헤어졌듯이 야마자키 아저씨와의 사랑도 그러지 말아야 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간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왕이면 끝까지 함께했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티티새』 나 『암리타』처럼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분위기를 원했다. 완전히 반대의 분위기를 만나고 말았지만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 다시 한번 요시모토 바나나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