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되풀이해서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by 안녕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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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내게 어떻게 책을 읽는 게 효율적인지, 어떤 책부터 읽는 것이 좋은지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당황하게 되는 것은, 부끄럽지만 그런 걸 생각하며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꽤 오랫동안 책을 읽어왔지만 그야말로 중구난방, 내 맘에 내키는 대로 읽어온 터라 특별한 깨달음이나 철학은 없다. 그래서 그런 질문에 별 도움이 안 되는 내 경험을 들려주는 게 다인데 나 역시 그런 고민을 할 때 누군가 명확하게 도움을 주었다면 내 독서가 좀 더 깊이 있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지금도 내 의지대로 혹은 책이 이끄는 대로 독서를 하는 터라 뭐라고 정의하긴 힘들다. 그냥 책이 좋아서, 책이 나를 인도해주어서 따라가고 있다고 대답할 뿐.


그래서 ‘어떤 경우라도 열심히 읽어야지 건성으로 대충 읽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라든지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좋은 책을 되풀이해서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저자의 가르침 앞에서 몸 둘 바를 몰랐다. 내 독서를 반추해보면 시간이 남아서 책을 읽다, 책이 좋아져서 계속 읽었지만,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 권수에 오랫동안 집착했고, 요즘 들어서 권수보다 책의 내용을 중요시하며, 예전에 읽었지만 마음에 걸리는 책들을 다시 꺼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선인들이 했던 독서법이 생소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건 당연지사다. 그때의 학문과 지금의 학문, 시대적 배경이 많이 다르기에 그대로 따른다는 것이 맞지 않다. 하지만 책을 통째로 외우면서 의미를 생각하고 녹여서 몸에 배게 하며 실천하는 삶 앞에선 경건해질 수밖에 없었다.


책이 귀했던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책이 넘치고 넘쳐서 어떤 책을 선택해서 읽는지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책을 찾는 것도 힘들지만 모든 책을 정독하며 천천히 읽는 것보다 좋아하는 책은 가까이 두고 자주 읽고 속도를 내서 읽어도 되는 책들은 그렇게 읽어도 된다는 충고에 조금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책을 덮어놓고 읽지 말고 닥치는 대로 읽지도 마라’는 충고 앞에서는 다시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독서 반성은 이제 접어두고 선인들의 독서와 그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자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옛사람을 책을 통해 만나 스승으로 삼는’ 사숙을 실천한 다산이나 독서로 신분까지 뛰어넘어 능력을 발휘했던 이덕무와 박제가, 중국 여행을 통해 정보를 모았던 연암의 <열하일기>의 메모하며, ‘옮고 그름보다는 이롭고 해로움에 먼저 눈을 뜨게 될까봐’ 어린 시절에 역사책보다 경전을 먼저 읽게 했던 선인들의 방식하며 책으로 삶의 길을 열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런 독서와 공부를 하면서도 무작정 하지 말고 ‘늘 방향을 파악하고 정확한 길로 가야’한다는 가르침과 격물치지 공부는 선인들이 단순히 독서를 중시 여겼던 것만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독서든 공부든 즐겁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계획을 세우고, 넓게 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도 말이다.


한 편의 글 속에는 글쓴이의 마음이 그대로 녹아 있다. 책을 읽는 일은 그 마음과 만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시간의 간극도 공간의 차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몇 백 년 전 사람과 내가 만날 수 있고, 그의 속 깊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도 있지. 또 지구 저 편의 먼 나라 사람과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정말 마술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176~177쪽


모든 책의 마음과 맞는 일은 힘들지만 그런 마음을 찾아 책 속을 여행하는 일은 기꺼이 즐겁다. ‘책읽기는 어쩌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결코 변하지 않는 삶의 기본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처럼 책 속으로의 여행을, 삶의 기본을 이해하는 방법을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그간 중심이 없던 독서를 해왔으니 이 책으로 인해 조금은 중심이 잡힌 독서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 중심은 내가 세우는 것이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으니 그것을 실천할 때 선인들의 도움을 받은 보람이 있을 것 같다. 몇 백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이렇게 무지한 나에게도 사숙의 힘을 빌려주는 그들의 가르침과 글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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