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행복하기 위해 바깥으로 나갔다.

by 안녕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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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힘겨웠다. 그래서 나는 오늘 행복하기 위해 바깥으로 나갔다. 자기를 둘러싼 세상 바깥으로 나가본 이라면 알 것이다. 맞지 않은 세계에 억지로 자신을 맞추며 살기를 포기하는 순간, 자신과 어울리는 세계가 눈앞에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을. (36쪽)


이런 이유로 여러 곳을 여행하는 저자의 글은 자체가 삶의 흔적이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방랑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저자의 길 위에서의 삶은 이 책에 소개된 28편의 시를 꾹꾹 밟아 읽고 온 몸으로 소화시킨 것 같았다. 문학의 매력은 독자 개인에게 의미가 다르다는 데서 오는 매력이라 생각하는데 저자가 읽어주는 시와 이야기는 그 매력을 배가 시키고 있었다. 시 자체의 의미, 저자의 몸을 통과한 시, 그리고 길 위에서의 이야기들이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들려주는 듯했다.

나는 따뜻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서 저자가 온 몸으로 체감한 나라와 장소들을 태연히 바라봤지만 그래서인지 어떠한 경계도 느낄 수 없었다. 어쩌면 저자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들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경과 빈부 격차와 삶의 다름이 아닌, 밤하늘의 별을 거리낌 없이 볼 수 있었던 공간, 자연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지만 비로소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을 말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장소를 힘들여 가보진 않았지만 저자가 바라보는 풍경을 나 역시 바라보고 그런 생각들이 자연스레 생성되고 차곡차곡 내면에 쌓여가는 것을 보며 비상식적으로 쳐 놓았던 마음의 경계선을 훌훌 털어버렸다.

책과 여행은 닮았다. 가장 온건한 방식으로 지금까지의 세계를 허물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게 한다는 점에서. 그 둘은 모두 안락한 일상을 흔든다. 당연하게 믿었던 것들을 의심하게 만들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을 고민하게 만든다. (109쪽)

저자의 글이 더욱 와 닿았던 문장이다. 평소 책 읽는 것을 여행으로 생각하는 나에게 여행하면서 책을 가까이 하는 저자의 글이 마음속에 꾹꾹 남겨졌던 이유가 이 때문인 것 같았다. 책과의 여행을 한 뒤 그 여행이 내 안에서 한 번 녹여진 뒤 드러나는 것이 리뷰라 생각하고 읽은 책에 대한 모든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이 항상 정직하고 솔직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 일을 멈출 수는 없다. 바깥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그것이 여행을 되돌아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여행을 하면서 시를 읽고,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에 덧입혀 온전히 자신의 시로 만들어 버리는 저자의 글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았지만 신파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넉넉하고 눈부신 여행의 모습은 아니었음에도 마음은 가난하지 않았다. 한때 종교가 있었지만 지금은 무신론자가 되어 버린 저자의 이야기와 시 <기도의 의미>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 주었다. 현재 내가 처해있는 상황들, 어쩌면 불평거리가 아닌데도 불평하고 있는 내 상황들에서 신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건 아닌지 저자가 보여주는 광활한 세계에서 부유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솔직한 나를 만난 것 같았다.

그렇다 해도 삶이라는 긴 여행의 마지막 날까지 부디 기억하기를. 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삶이었다는 것을. (56쪽)

결국은 삶의 다양함이었다. 그 안에 퍼져있는 무수한 것들의 탐험이었고 결국 이곳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 주었다. 그 삶의 주인이 될 것인지 우왕좌왕하며 끌려가는 삶인지의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를 조금은 사랑하게 해주었다고 하면 오글거릴까? 이렇듯 세상 곳곳에선 삶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의, 혹은 당신의, 그리고 우리의 삶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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