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워본 적이 딱 한 번 있다. 내가 이런 고백까지 하게 될 줄 몰랐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인지, 아니면 저학년 때인지는 몰라도 뒷마당 감나무 밑에 연기가 폴폴 올라오는 담배꽁초 하나가 버려져 있었다.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무심코 빨아 들였다가 주체할 수 없는 기침에 호되게 당했다. 마침 지나가던 친언니에게 뭐하고 있냐고 하기에 호기심에 피워 봤는데 맛이 이상하다고, 제발 비밀로 해달라고 사정했던 기억이 난다(그 뒤로 언니는 툭하면 그 사건을 입에 올리며 나를 놀렸다). 너무 어릴 적 기억이라 담배 맛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당시에는 이런 호기심이 그렇게 큰 흉이 되고 심각한 이야기가 되지 않았었다.
한때는 남자와 여자, 심지어 어린이들도(남몰래) 담배를 피웠다. (8쪽)
이 문장이 아니었다면 오래되고 부끄러운 기억을 끄집어 내지 않았을 텐데, 저자가 말한 ‘한때’를 경험하며 살아왔기에 아무렇지 않게 고백할 수 있다. 담배가 지금처럼 타도의 대상(적어도 나에게는)이 되지 않았으며, 대중교통, 식당에서도 담배를 피웠던 때가 있었다는 저자의 말을 들을 때면 불현듯 잊혔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어릴 적 담배 농사를 지은 적이 있어 아버지가 늘 담배잎을 돌돌 말아서 피우던 모습을 지켜보는 게 익숙했고 그런 담배잎을 정리하는 일을 도왔던 것도 생각났다. 집뿐만 아니라 어딜 가든 재떨이는 항상 있었고, 시외버스에를 타면 늘 뒷자리에 창문을 열고 담배 피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사람들을 발견하면 그냥 앞쪽에 앉아서 갈 뿐, 혐오스럽게 쳐다보지 않았다.
담배가 주는 해악과 담에 자체에 얽힌 이런저런 것들이(건강, 의료비, 환경오염, 비흡연자에게 줄 수 있는 피해 등등) 요즘에는 혐오의 대상으로 비춰지다 보니 나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게 사실이다.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내가 아이 둘을 데리고 길을 가면 태연히 담배를 태우면서 연기를 날리는 사람들을 볼 때면 속으로 엄청 욕을 해댄다. 종종 담배를 한쪽으로 내리고 가거나, 후다닥 아이 곁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꽁꽁 숨어서 피운다고 해도 누군가가 맡을 수도 있는 담배연기가 너무 싫은 것이다.
짤막한 한 두 줄의 글과 강렬한 그림이 담배가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단박에 보여준다. 담배로 인해 낯선 사람과 친해지기도 하고, 내면의 깊은 얘기는 물론 정치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되었던 시대는 지나버렸다. 그러다 어떤 일이 벌어졌고 모든 것은 변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흡연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고, 그로 인해 흡연은 사회악이 되었으며 흡연자는 부주의한 살인자가 되었다고 말이다. 애연가들은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고(‘최후의 끽연자’란 단편이 떠오른다) 그저 은신처에 몰려든 비슷한 사람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행복해 할 뿐이라고.
저자는 담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이렇게 변화했다는 이야기를 들춰낼 뿐 어떠한 결론도(결론을 낼 수 있을까?) 없이 그저 그런 모습을 그림과 함께 보여줄 뿐이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변해버린 사회적 인식이 저자에게는 아쉽다는 느낌이 전해졌지만(짤막하게 북한의 수소폭탄, 폭스바겐 배기가스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담배 피우며 하고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서) 담배에 대한 내 개인적인 추억들을 꺼내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백해무익이니 가까이 하지 말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끊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정답인가 싶다가도 어릴 적 너무 담배를 피워대는 아버지를 보며 자라온 터라 담배 자체가 싫어 피우고 싶단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내 건강뿐만 아니라 타인의 건강까지 해칠 수 도 있는 담배가 나는 여전히 싫다. 이 책으로 인해 담배의 다른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지만 더 확고해진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