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현재다.

by 안녕반짝
2016-10-30_13;34;33.png



독특한 소설이다. 신선한 내용과 구성은 지루하지 않아서 꽤 두툼함에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차치하더라도 이런 구성으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저자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1936년의 세계정세를 반영하면서도 풍자적으로, 그러나 재미있게, 심각하면서도 어둡고 두렵지 않게 써냈다는 사실이 굉장하다. 이 소설의 주축에 있는 도롱뇽이라는 생물이 인간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처음에는 미천하고 거부감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점차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바다 속에서의 활약이 돋보이자 기하급수적으로 숫자가 늘어난다. 그리고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예견되어 있으면서도 우습기까지 하다. 인간이란 존재가 지배와 권력과 물질에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는 자신에게 상해를 가하고 위협이 되는 존재들만 신비로운 법이니까. 그런 까닭에 도롱뇽들이 아주 다양한 측면에서 대단히 유용한 존재임이 입증되자,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질서의 일부로서 받아들여졌다. (221쪽)


우연히 발견된 도롱뇽이 혐오대상에서 인간에 의해 지능을 갖게 되고, 깊은 바다 속의 유용한 생물들을 구해다주는 것은 물론 훌륭한 대체인력으로, 심지어 각 나라의 해저와 해양 경계선까지 지켜주자 도롱뇽은 인간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러다 지능이 높고 권력을 가진 도롱뇽들은 인간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들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인간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육지까지 점령해가는 모습은 소름이 돋으면서도 인간이 자처한 몰락의 수순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일이 우연히 도롱뇽을 발견한 한 인간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인간에 의해 인간이 몰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터라(어쩌면 당시에 히틀러가 독일에서 통치력을 확장하고 일본의 전쟁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이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도롱뇽의 역할은 다른 것으로 언제든 대체될 수 있을 것 같아 두려움이 일었다.


처음에는 미미했던 존재인 도롱뇽을 동등한 위치가 아닌(그럴 수 없긴 했지만) 대체인력으로 쓸 수 있게 되자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경쟁하듯 해안가에 자리한 나라들은 도롱뇽으로 국가의 보안까지 맡기려 했다. 그만큼 다루기 쉬웠고 그들에 의해 편리한 점이 많아 이후의 일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오히려 도롱뇽의 숫자가 늘어났을 때 그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에 인간이 의존하는 모습은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그들이 위협적인 존재이며 통제가 되지 않는 존재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늦어 자신들이 필요로 했던 존재에게 몰락당할 위치에 놓인 사실만 확인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도롱뇽들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포기 못하는 모습 앞에서는 쓴 웃음만 났다.


P20161030_125219548_90FC0872-77A7-4F86-998B-8CAAD37A990E.jpg


우스웠던 건, 인간에 의해 도롱뇽들이 지능을 갖게 되면서 점점 인간화 되어 가는 모습이었다. 오로지 인간이 시키는 일들만 하던 그들이 개체수가 많아지고 어느 정도의 위치를 갖게 되자 파업도 하고, 욕조 안에서일지언정 중요한 회의에도 참가하게 된다. 점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인데 이 모든 걸 자초한 것은 인간이다. 그런 도롱뇽들을 발견된 이상 인간의 욕망으로 그들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멈추지 못하고 이용할 수 있는 대로 이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도롱뇽들을 왜 도롱뇽으로만 봐지지 않는 걸까?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기에 독특하고 재밌다고 연발하면서도 씁쓸해 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현재다. 이것은 미래에 대한 추측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앞에 존재하는 현실의 반영이다.


저자 스스로가 밝혔듯이 ‘현실의 반영’이라고 했으면서 지금 읽어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여전한 현실이 씁쓸하다.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개개인에게 필요한 도롱뇽이 늘어갈수록 절대 그들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두렵다. 현재 이런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건, 어쩌면 소설 속의 인물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필연적인 필요에 의한 욕심 때문만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남자와 여자, 심지어 어린이들도(남몰래) 담배를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