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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반짝 Jan 05. 2021

2020년에 읽은 책 BEST 3

2020년에는 281권의 책을 읽었고 쪽 수를 헤아려 보니 37,188쪽에 달했다.

소소하게나마 2020년에 읽었던 책 중에서 best 3를 꼽아 볼까 한다.



1. 코스모스 - 칼 세이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3월, 집 안에 아이들과 갇혔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을 큰 아이는 입학식도 못하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했다. 작은 아이는 새로 바뀐 어린이집에 가보지도 못한 채 하루 종일 셋이서 집 안에서만 뒹굴었다. 그렇게 암울할 때,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었다.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지인 두 명과 함께 <코스모스>를 읽기 시작했고, 아이들을 모두 재운 깊은 밤에 한 챕터씩 우주여행을 떠나곤 했다. 보름 만에 이 책을 완독했을 때는 내 존재가 아주 작아보였다. 하지만 교묘하게도 집에 갇혀 있는 상황과 맞물려 나는 소멸해 버린 것이 아니라 광활한 우주 속에서 내 존재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내가 여기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의 필력이 엄청난 부분을 차지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2021년에 이 책을 다시 한 번 더 재독해 보고 싶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2. 더블린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에게 전설의 책이 몇 권 있다. 그 중에 한 권은 제임스 조임스의 <율리시스>인데, 이 책을 소장하는 사람들은 꽤 있지만 읽은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오래전에 구입해 둔 <율리시스>가 물론 있지만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블린 사람들>을 먼저 읽어봤는데 맙소사! 문학계의 빅브라더를 만난 기분이 들 정도로 문학을 읽으면서 만났던 수많은 문체의 시초 같은 작품과 조우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문체일까 의문을 갖던 수많은 문학작품들이 스쳐가면서 의식의 흐름 기법, 현현의 기법 등 제임스 조임스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제임스 조이스란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제임스 조이스에게 영향을 받은 다른 작품만 만나다가 드디어 실체를 만난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단편들은 역시나 녹록치 않았다. 해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해할 수 없는 작품들이 가득했지만 해외문학을 오랫동안 사랑한 나로서는 정말 뜻깊은 만남이었고, <율리시스>를 읽을 수 있는 용기를 준 책이다.


        

                                                                                                        

    3. 나는  쓰는가 - 조지 오웰




<1984> <동물농장>만 읽어서인지 조지 오웰은 내게 풍자 작가로 인식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늘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조지 오웰은 내게 그런 작가로 남겨져 있었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정말 깨어 있는 작가라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이렇게 용기 있게 표현할 수 있는지 감탄이 인다. 생계를 위해서 쓴 글이라는 현실과 본질을 바로 보는 첨예함이 행동하는 작가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고 <1984> <동물농장>을 읽으면 더 좋았겠지만 나처럼 조지 오웰에 뭔가 아쉬움이 드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적극 권한다. 나 역시 이미 읽은 그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정말 조지 오웰에게 반하고 다시 인식하게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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