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행복한 수다>
요즘 독서가 좀 그렇다. 책을 매일 읽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책만 읽는 건 아니다. 일과 개인 독서의 경계가 확실하다 보니 내가 읽고 싶은 책은 점점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하루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분명 시간을 쪼개면 독서 할 시간은 있는데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가 허다하다. 그러다 문득 오늘은 그렇게 흘려버리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방문수업을 하는 틈을 타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골랐는데, 잃어버린 독서 패턴을 다시 끌어올릴 때 마스다 미리 만화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언제 구입해 두었는지 기억도 희미하지만 몇 번을 읽으려고 시도하다 완독하지 못하고 덮은 책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잘 읽혔다. 제목 그대로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행복한 수다’를 기록한 것처럼 특별하지 않은 시간에 아무렇지 않게 툭, 꺼내서 읽었더니 더 잘 읽혔는지도 모르겠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의 매력이 바로 그런 점이다. 정말 특별할 것 없는, 누군가 귀 기울여 주지 않을 것 같은 내면의 소소한 이야기를 겉으로 드러내는 것. 그래서 만화 속 주인공이 언제든 내가 될 수도 있고,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내 일상을 곰곰 되돌아 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을 깨워 밥 먹여 보내고, 집 청소를 후다닥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스터디 모임에 나갔다. 2시간의 스터디를 하고,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들어와 일을 잠깐 하고, 저녁을 준비했다. 다시 아이들 밥을 먹이고 저자의 만화를 완독했고, 이렇게 짧은 일과를 남기는 중이다.
저자의 만화는 문득 스쳐 지나가는 생각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인물들이 로또 당첨되면 무엇을 할까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보며 사람 사는 게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수다 떠는 게 최고의 사치일지도 몰라.’ 라고 이야기 하는 걸 보면 인생에서 거액의 돈과 동급일 정도로 중요한 게 뭔지 간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이를 먹는 건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다. 물론 육체는 서서히 쇠퇴해 가지만 그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사와무라 씨 댁의 가족들이 각각 모임에서 자주 하는 이야기 베스트 3를 뽑아 보았는데 나도 내가 하는 모임에서 하는 이야기를 모아 보고 싶었다.
독서 모임에서 많이 하는 토크 베스트 3
1.읽은 책 이야기
2. 다음 모임에 읽을 책 이야기
3. 각자 교육 기준 이야기
물론 이 외에 시덥잖은 이야기, 타인의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기본적인 열정과 각자 교육의 방향이 있지만 나름대로 결이 맞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래서 사와무라 히토미의 친한 여자친구 3인조 같은 분위의 모임이 나에게도(우리 모임도 세 명이다!)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매일 밤 잠이 들기 전 하루를 마무리 할 때 오늘 하루도 고되기만 했다는 푸념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오늘은 짧은 독서를 통해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은 무사한 하루가 고마웠다. 이런 고마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으나 오늘의 만족은 여기까지, 내일의 걱정은 내일 하기로 다짐했다. 무언가 매일 쌓아 올리지 않더라도 하루살이라는 생각으로 ‘오늘’만 무사히 넘겨도 다행인 일상이라 여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