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신념과 가치 사이에 따’라 행동하는 나라

by 안녕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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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런 나라가 있다고? 다른 나라 이야기를 넘어 다른 세계 같았다. 네덜란드 하면 고흐와 튤립, 히딩크 정도만 겨우 떠올렸는데 이 책을 통해 개인이 존중받고 자유로운 나라라는 인식이 확고해졌다. 처음엔 우리나라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허용되지 않는 것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허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그런 제도와 여유에는 개인의 존중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쉽게 와 닿지 않았다. 당장 온라인 뉴스 하나를 클릭해서 기사를 읽고 댓글만 보더라도 바로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의 ‘나, 당신, 우리’는 그저 타인일 때가 더 많은 이유에서다.


동성애, 안락사, 성매매, 연성 마약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네덜란드에서는 합법이라는 점 때문에 네덜란드 전체가 자유롭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사실 네덜란드는 인종, 종교, 이념에 따라 가톨릭, 개신교, 사회주의, 보수주의, 자유주의로 나뉘어 있으며, 이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정당, 언론, 은행, 스포츠 클럽까지 따로 있을 정도다. (중략)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는 각자의 신념과 가치 사이에 따른 극단적인 갈등 상황을 보기 힘들다. 서로 가치관이 다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갈등의 소지가 될 부분을 줄이고,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전통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197~198쪽


안락사가 허용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대부분 불치병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깊은 우울증으로 삶을 이어가기 힘들거나 정신적인 질환일 때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 앞에 어쩔 줄을 몰랐다. 성매매, 낙태, 연성 마약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하지 말라는 것들을 그렇게 대놓고 허용해주면 혼란스러울 것 같은데 반대였다. ‘각자의 신념과 가치 사이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문제점이 적었다. 사람들은 신중하게 선택하고 그 선택을 존중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부분이 이성적이면서도, 우리에겐 이상향 같은 이야기라 낯설었던 게 사실이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나, 당신, 우리’의 이야기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속속들이 보여준다. 물론 그곳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개인을 존중하며 자존감이 높은 상태에서 공존하고 살아가고 있어서 이질감이 좁혀지지 않아 그게 더 힘들었다. 그러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족하다 느끼는 부분이 대리 충족되면서 이렇게 한 번쯤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번진 것도 모자라 내 자신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높은 세율 때문에 복지가 잘 되어 있어 큰 부자도 너무 가난한 사람도 없고,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명품을 사는 일도 없고, 자존감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높기 때문에 유명인을 봐도 크게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이기적인 것도 아니었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우리와 달리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법을 아는 그들이었다. 그런 인식 자체가 부러웠다. 타인의 시선으로 피로감이 쌓여가는 현재 우리 모습을 떠올려보면 더 그랬다. 어쩌다 우리는 나 보다 타인을 더 인식하며 더 나은 삶을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게 되었을까. 그런 마음은 당연히 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 삶이 잠식당하지 않고 존중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들이 이런 삶을 살아가는 건 오랫동안 구축된 그들만의 문화 때문이었다.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바라보기엔 모든 것이 부러웠던 것이다.『개인주의자 선언』에서는 ‘현실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모든 사회는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고 나름의 특수성이 있다. 그대로 가져다가 베끼면 되는 정답 같은 건 없다.’고 했다. 역시 동의하는 바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냥 그들을 부러워만 해야 하는지 좌절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도 점점 심각해지는 갈등과 불평등이 진지하게 논의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즉 무조건 베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서와 문화적 특성에 따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가야할 길이 멀지만 그런 변화가 일어났고 앞으로도 많이 일어날 거라 믿는다. 무조건 베낄 수는 없지만 개인 존중과 사회구조의 변화가 함께 일어날 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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