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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뮬라크르 Sep 06. 2015

한때 나를 살게 했던 너는

사랑합니다.

쉽게 영원을 약속할 순 없지만

오래도록 곁에 있고 싶은 마음이 내 진심입니다.
 

사랑하고 있다는 기쁨으로 
세상을 살고 싶었습니다.
 

막연히 꿈에서나 바랬던 새로운 만남은
분명히, 낯설기까지 한 세상의 뒤바뀜이었습니다.
 
행복했고, 지금도 난 행복합니다.
 
그 모습만 보면 아프도록 울려대는 
심장의 바알개진 두근거림도,
정말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문득 문득 치밀어 오는 공허함이 있습니다.


이유조차 생각하기 싫은 서러움에 가슴을 그러쥐고
보내지 않을 편지를 쓰고 또 썼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슴 속 못한 이야기를 
눈물로 모두 모두 아낌없이 흘려 내었더니,
아아, 내 가슴은 시든 꽃다발처럼 비어버린 것입니까.
 
헤어짐 후 내가 다시 웃을 수 있을지,
헤어진 후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
멍하게 앉아 생각만으로 가득한 나는
 

아직은 더 곁에 있고 싶다는
조심스레 내보이고 속삭일 사랑이 아직도 많다는,
- 그래서, 떠나고 싶지 않다는 
 
오직 그 욕심에 오늘 하루를 버텨냅니다.
 
사랑합니다.
언제나 내 입술 끝에 닿아 있는 고백이
매일 그대에게로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영원이란 결코 쉬운 맹세가 아니지만
나는 영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보지 못할 모습을 손끝에 그리며
그대 없는 하루를 참아냅니다.
 

나는 참아냅니다.
  

2003년 2월 8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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