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민주주의의 부재는 윤석열을 잉태한다

by 힙합스텝

당신은 일상에서 얼마나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국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청와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사법 제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우리의 일상에도 있어야 한다. 가정에, 학교에, 직장에 민주주의가 있어야 한다. 유시민 작가는 한 방송에서 민주주의 제도를 가리켜 "고급문화 상품"이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동의한다. 문화란 인간 생활양식의 총체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잘 관찰하면 그 사람들이 속해 있는 사회를 관통하는 문화를 파악할 수 있다. 사람들이 다 같이 향유하고 있는 문화 상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묻겠다.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가. 민주주의의 탈을 쓴 권위주의 위계사회에서는 윤석열은 반드시 다시 탄생한다.


나는 대구 경북에서 나고 자랐다. 학창 시절에 옆 동네 고등학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웬 '동의서'를 쓰게 했다. 교내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다가 적발 시 현장에서 휴대폰을 부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동의서였다. 모든 학교에서 체벌이 횡횡했다. 미술 수행평가를 제때에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을 엎드리게 한 다음 대걸레로 엉덩이를 때리거나, 영단어를 외지 못한다는 이유로 군대식 얼차려를 시켰다. 폭언은 말할 것도 없다. 80년대 이야기가 아니다. 201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그러나 정작 폭력을 당하는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에 의해 폭력이 정당화되었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맞을만한 짓을 했으니 맞는다는 식의 인식이 만연했다. 대학에 와서 서울 경기권 친구들에게 '학생 인권 조례' 이야기를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학생 인권은 대구 경북 출신인 나에게는 다른 행성의 이야기였고, 조례 같은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나의 어머니는 아직도 당신이 학생이던 시절 교무실에서 뺨을 맞았던 이야기를 하신다.


대학생 때 학생회의를 하다가 반대 토론을 하려고 손을 들었는데 옆에 앉은 내 동기가 조용히 내 옆구리를 찔렀다. 나와 다른 의견을 견지했던 그는 나의 옆구리를 찌르며 내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다. 속전속결로 일처리를 했던 그는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일을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으나 민주적인 절차는 모조리 무시했다. 오로지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관철하기에 급급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았다. 그는 결국 단과대 학생회장까지 했다. 그때 군 복무 중이었던 나는 전화를 한통 받았는데 그와 함께 단과대 학생회에서 일을 하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학생회장의 막무가내식 일처리에 분노했고 사람들이 그를 탄핵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회장은 임기를 끝까지 지켰다.


당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민주주의는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가?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우리는 얼마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가? 오은영 박사는 교양 프로그램에서 '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오은영 식 가르침이 이제 지겹다는 댓글들이 종종 보인다. 사람은 어느 정도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는 주장이다. 힘으로 누르고, 으름장을 놓고, 권위를 내세워서 사람의 기를 꺾어 놓으면 만사가 평화로워진다는 착각. 어느 상황에서도 폭력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미안하지만 당신의 지적, 사회적 능력의 수준을 진지하게 의심해보아야 한다. 힘의 논리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권위주의 위계사회에서 윤석열과 같은 인물은 반드시 다시 나타난다. 우리는 일상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를 개진해야 한다. 나는 일상 민주주의를 원한다.


hiphop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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