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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힙합스텝 Jul 21. 2023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4)

우리가 직접 빚어내야 하는 삶의 의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감독: 다니엘 콴 (Daniel Kwan) & 다니엘 쉐이너트 (Daniel Scheinert)

2022년 개봉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56439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심리학의 이론으로 분석한 글입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에올>의 에블린에게도 자신의 삶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볼 기회와 자유가 주어졌었다. 그녀는 유명한 액션 배우가 될 수도 있었고, 철판 요리를 멋지게 해내는 요리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 웨이먼드와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와 빨래방을 운영하는 지금의 삶을 살기로 ‘선택’했다. 화려한 액션 배우, 전문 요리사, 빨래방 사장. 당신은 이 중에 어떠한 삶이 더욱 의미가 있어 보이는가? 알 수 없다. 그녀의 삶의 의미는 그녀가 직접 무어라 부여할 때에만 발생한다. 우리가 타인의 삶에 무례하게 부여해 버리는 의미는, 의미가 아닌 낙인이다. 


에블린은 관객에게 자신이 불행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는다. 그녀의 삶을 불행하게 보는 것은 관객이다. 화려할 수 있었던 다른 삶의 선택지를 포기하고 이민자 빨래방 주인으로서의 삶을 선택한 에블린이 불행하게 보이는 것은 관객으로서 우리의 지레짐작이다. 에블린은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수증을 정리하고, 고객들의 컴플레인을 처리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 올리며, 자신의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가족 구성원들과 어떻게든 잘 지내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단지 이 모든 것에 조금 지쳐있을 뿐이다. 그녀의 삶에 의미가 없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삶의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삶 자체에는 의미가 없지만, 의미를 부여하고자 스스로 선택한 삶에는 책임이 존재한다. 삶은 유한하기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우리는 단 몇 가지만을 취사 선택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이 선택이 불러오는 너무도 무거운 책임감이 두려워 아예 선택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본인의 선택이고, 행동하지 않는 것도 자신의 결정이다. 그러나 선택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미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도 본인이 짊어져야 한다. 그 누구도 우리의 삶을 대신 선택해 주지도, 대신 책임져주지도 않는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56439


멀티버스를 오가며 인생의 모든 경우의 수를 경험해 본 조이는 결국 모든 것(everything)에서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다(nothing)는 허무함을 느끼고 베이글의 한가운데로 투신하고자 한다. 무(無)의 상태로 가고자 하는 그녀의 행동은 투신자살의 시도와 겹쳐 보인다. <에에올>의 서사는 딸의 투신자살을 막으려는 엄마 에블린의 고군분투로도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조이는 돌멩이로 존재하는 세상에서 엄마 에블린 돌멩이를 피해 절벽으로 추락한다. 돌멩이 에블린은 그런 딸을 따라 자신도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진다. 희망이 없는 상태 즉 무망감은 사람들의 자살사고 (suicidal ideations)를 크게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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