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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힙합스텝 Jul 20. 2023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3)

우리가 직접 빚어내야 하는 삶의 의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감독: 다니엘 콴 (Daniel Kwan) & 다니엘 쉐이너트 (Daniel Scheinert)

2022년 개봉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56439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심리학의 이론으로 분석한 글입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삶의 의미는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도자기를 빚어내듯 우리의 손으로 삶의 의미를 직접 빚어내야 한다. 마트에서 기성품 베이글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베이글 반죽부터 우리가 새로 해야 한다. 


상담이론에서 언급되는 유명한 세 가지 의지가 있다. 인간의 성격과 행동을 어떠한 인간관을 가지고 설명하느냐에 따라 이론가들마다 주목하는 인간의 의지가 다르다. 하나는 정신분석이론의 대가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가 말한 쾌락에 대한 의지이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에 억압된 원초아의 욕구, 성적 본능과 공격에 대한 욕구 그리고 추동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에게 있어 인간은 쾌락에 대한 의지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그는 히스테리나 여러 심인성 신체 증상이 무의식에 억압된 욕구를 적절하게 의식 수준에서 발현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것으로 보았다.


두 번째 의지는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 (Alfred Adler)의 권력에 대한 의지이다. 아들러는 인간을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월감을 추구하기 위해 목적론적으로 행동하는 존재라고 보았다. 그에게 있어 열등감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권력을 획득함으로써 인간은 열등감을 해소하고 자존감을 회복하게 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행동이 대체로 무의식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하며 결정론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아들러는 능동적으로 권력을 쟁취해 가는 인간의 목적의식을 강조했다. 


마지막 세 번째 의지는 의미에 대한 의지이다. <에에올>의 이야기는 이 의미에 대한 의지를 관통한다. 의미에 대한 의지를 주장한 빈 의과대학의 신경정신과 교수 빅터 프랭클 (Viktor Emil Frankl)은 나치 강제 수용소에 수감되어 그곳에서 부모와 아내 그리고 자녀를 잃었다. 빅터 프랭클은 인간은 끔찍한 상황에서조차도 정신적 자유와 독립성의 흔적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비참한 환경에 처해도 인간은 의미에 대한 의지를 추구하며 삶을 끝까지 살아내게 된다는 것이다. 아비규환의 나치 수용소에 감금되어 가족을 잃은 그는 그곳에서 삶의 의미를 과연 ‘발견’할 수 있었을까? 아무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해야 하는 공포로 가득한 곳에서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그 ‘삶의 의미’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러나 빅터 프랭클은 삶에 의미를 직접 부여했고 제 손으로 의미를 빚어냈다. 그는 의미를 통한 치료인 로고테라피 (Logotherapy)의 창시자가 된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56439


누구에게나 삶의 의미를 만들어 갈 자유가 부여된다. 그것은 가진 것이 많고 적고의 문제와 아무 관계가 없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만들어 갈 기회나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라는 질문에는 이미 ‘삶의 의미란 대충 무엇 무엇이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래, 삶의 의미가 실재한다고 치자. 그래서 우리가 가진 것으로 삶의 의미를 재화처럼 교환할 수 있다고 해보자. 이미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비싼 값을 치르고 더 많은 삶의 의미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진 것이 적은 사람은 그것보다 적은 삶의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삶의 의미의 전체 파이를 서로 나누고 교환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의미를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 의미는 결코 확장되지 않는다. 


대신 박탈감만 남는다. 



[4부에서 계속]




참고문헌


Corey, G. (2017). 심리상담과 치료의 이론과 실제 10판 개정판 (천성문, 권선중, 김인규, 김장회 외 4명 공역). 서울: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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