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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힙합스텝 Jul 28. 2023

너무나 고독한, 애스터로이드 시티

창작, 그 고독한 여정에 대하여 

애스터로이드 시티 (Asteroid City)

감독: 웨스 앤더슨 (Wes Anderson)

2023년 개봉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69158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콘텐츠 창작자의 관점에서 해석한 글입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69158


<프렌치 디스패치>에 이어 <애스터로이드 시티>까지 창작자들의, 창작자들에 의한, 창작자들을 위한 영화를 만든 웨스 앤더슨. 창작은 정말 고독한 일인데, 해본 사람만이 안다. 지금 내가 하는 작업이 맞는 것인지 아닌지 가늠이 되지 않고. 클라이언트와 디랙터의 요구는 늘 무리하며. 대중으로부터 버림받았을 때의 책임은 오로지 나 혼자 다 짊어져야 한다. 원작을 각색하거나 레퍼런스를 따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일단 욕부터 먹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하고. 원작자의 의도가 이게 맞는 것인지, 아닌지 밤새 씨름하면서 끝도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업계에서 마음이 맞는 동료를 만나는 건 지극히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다. 


텍스트는 필연적으로 원작자의 의도를 벗어난 오독을 수반하며, 대부분은 그 오독으로부터 새로운 창작이 파생한다. 하나의 텍스트를 두고 배우들은 모두 다른 해석을 내어놓기 때문에 작품은 더욱 풍성해지고, 때로는 상이한 해석의 소용돌이에서 대중들의 선택을 받는 시대의 아이콘이 탄생한다. 웨스 앤더스는 강박에 가까운 섬세함으로 자신만의 무대를 꾸미는데, 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행착오와 동료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69158


말도 안 되는 극의 전개에 폭발한 배우는 결국 무대 뒤의 감독을 찾아가고. 텍스트를 이렇게 해석하는 게 맞는 것인지 따져 묻는다. 배우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컬러와 흑백을 오가는 화면의 배치는 이것이 무대의 앞과 뒤를 단순히 구분하는 장치인지, 이미 죽은 원작자와 현대의 배우가 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인지 그 경계를 희미하게 한다. 배우는 오독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 오독으로부터 우리는 새로움을 느낀다. 외계에서 온 존재는 자신의 행위에 어떠한 의미가 있음을 언급하지 않는다. 언제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이고 대중이다. 자기 멋대로 읽고, 연습하고, 해석하고, 상대와 호흡을 맞추고, (이미 죽은 것일지도 모르는) 감독에게 가서 따지고, 온갖 어중이떠중이들을 모아 집단지성을 요구하고, 외계의 존재로부터 삶의 의미를 구하고. 


그러면서 창작의 의미란 무대 위에 선 자들이 불어넣는 것인지, 그것을 바라보는 무대 밖의 대중이 부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대 뒤 원작자의 의도에 있는 것인지 우리는 저울질하게 된다.



hiphop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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