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힙합스텝 Jul 20. 2023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1)

우리가 직접 빚어내야 하는 삶의 의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감독: 다니엘 콴 (Daniel Kwan) & 다니엘 쉐이너트 (Daniel Scheinert)

2022년 개봉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56439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심리학의 이론으로 분석한 글입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양자경 주연의 이 괴상하고 발칙한 맥시멀리즘 할리우드 영화는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다. 남우 조연상, 여우 조연상, 여우 주연상, 편집상, 각본상, 감독상 그리고 작품상에 이르기까지 총 7개의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그해 영화계의 주인공은 단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하 에에올)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딸 조이를 연기한 스테파니 수가 여우 조연상을 받기를 바랐지만, 그녀의 수상이 불발되어 아쉬웠다.


<에에올>의 서사는 딸 조이가 베이글 위에 세상의 모든 것을 올리면서 시작된다. 영화의 제목에 매우 충실한 행위이다. 모든 곳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세상의 모든 것을 베이글 위에 올려놓은 조이는 세상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 


“Nothing matters.”


아무것도 부질없음을 말이다. Everything과 Nothing은 대척점에 선 완전한 반의어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에 붙은 같은 개념임을 조이는 종교처럼 설파한다. 모든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56439


세상의 모든 것이 올려진 베이글은 멀티버스 상에 존재하는 무한에 가까운 자신의 모습을 전부 경험하게 된 조이를 상징한다. 그녀는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모든 조이들의 능력을 끌어다 쓸 수 있다. 기상천외한 능력을 구사하는 그녀는 인간이기보다 신에 가깝다. 우리는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경지에 결코 오르지 못하므로 조이가 어떤 상태에 이르렀는지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는 블랙홀에 빠져버리듯 허무와 공허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베이글로 돌아가 보자. 베이글 위에 모든 것을 올리는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베이글’이 필요하고 ‘모든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베이글과 모든 것은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것들이어야만 한다. 식빵에 딸기잼을 바르기 위해서 일단 눈에 보이는 식빵과 딸기잼을 준비해야 하는 것과 같다. 물리적인 실체가 있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 대상을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는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도구를 쓰면 관찰과 측정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원자는 존재하고 존재하기에 측정할 수 있다. 조이는 베이글 위에 세상의 모든 것을 올리는 ‘행위’를 하였다고 진술하였으므로 물리적 실체가 있어 관찰과 측정이 가능한 것들을 베이글 위에 올렸다고 보는 것이 더더욱 맞다. 인간의 행위는 물리법칙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엄격한 현실의 물리법칙을 끌어들여 이 영화를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표할 것이다. 명심하도록 하자. 이 영화의 본질은 SF다. 멀티버스 사이를 여행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의 원리를 영화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알파 지구에서 에블린이 그 기술을 과학적으로 발명해내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멀티버스의 세계관은 얼핏 보면 물리법칙을 제멋대로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또한 먼 미래에 인류가 ‘물리적으로’ 그 일을 가능케 한 것이다. 



[2부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들어가며: 영화는 텍스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