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갤 3, 옥자 그리고 하이틴 무비
우리 또 만나자! 우주의 아웃사이더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Gurdians of the Galaxy Volume 3)
감독: 제임스 건 (James Gunn)
2023년 개봉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29156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를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해석한 글입니다. 영화 <가오갤 3>, <옥자>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1. Nowhere
우주적 존재의 잘려나간 머리에 우주의 아웃사이더들이 모인 곳이 노웨어(nowhere)다. 노웨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등장해 썸웨어(somewhere)가 된다. 그때 아웃사이더들은 잠깐이나마 우주의 중심에 선다. 생명의 불씨가 꺼진 곳에 모여든 그들은 죽은 이가 남긴 유산을 갉아먹으며 옹기종기 모여 새 생명을 이루고 산다. 노웨어는 마치 죽어서 심해의 바닥으로 떨어진 고래의 사체와도 같다. 그곳은 죽음과 생명의 순환이 일어나는 자연의 공간이다.
반면, 잘 나가는 생명공학 기업의 본사는 살아있는 유기체의 기반 위에 존재한다. 유기체는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다. 기업은 효율적인 시스템을 위해 유기체의 생명을 일부러 끊어놓지 않는다. 무언가 이상이 생겼을 때 유기체가 몸부림치고 아파하는 것을 인식하여 시스템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가오갤 멤버들이 그 유기체의 벽을 뜯어 기업 내부로 진입하는 장면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연상시킨다. <옥자>에선 유전자 변형으로 만든 슈퍼돼지의 살코기를 맛보기 위하여 살아있는 돼지의 살을 조금 파내어 굽는다. 그 행위는 돼지의 생명에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돼지에게 상처와 모멸감을 심어준다. 그 상처의 기반 위에 거대한 식품회사가 유지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는 자연에서 이미 죽은 것들을 취하며 찬란한 생명을 유지하는 노웨어와 자연에서 아직 찬란하게 빛나야 할 생명을 착취하며 유지되는 거대 시스템 간의 대결을 다룬다.
2. Dog Days Are Over
Radiohead의 <Creep>으로 시작해 Florence + The Machine의 <Dog Days Are Over>로 마무리되는 영화의 OST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평소 이 시리즈를 탐닉해 오던 관객이라면, 상영관에 <Creep>이 울려 퍼지는 순간 무릎을 탁! 하고 내리쳤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가오갤은 우주의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여 탄생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Creep>에는 “I wanna perfect body. I wanna perfect soul.”이라는 가사가 등장하는데, 이는 이번 시리즈의 주요한 서사와도 일맥상통하다.
개 같은 날이 드디어 끝났다는 의미인 <Dog Days Are Over>은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시리즈 전체의 이야기를 잘 수렴한다. 그런데 인디 락 장르의 이 곡이 울려 퍼지며 가오갤 멤버들이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묘하게 여느 하이틴 무비의 마지막 장면과 닮았다. 마치 프롬 파티의 한 장면처럼. 힘든 날은 다 지나갔고, 달리는 기차처럼 행복이 다가와 그녀를 치었다고 부르짖는 이 곡은 갓 성인이 되어 힘차게 사회로 나아가는 고등학생들에게 퍽 어울린다. 실제로 하이스쿨 뮤지컬 드라마 <Glee>에서 이 곡을 커버한 적이 있으며, 드라마 주인공들이 춤을 추며 무대를 하는 장면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의 마지막 장면과 유사하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29156가오갤 멤버 대부분은 타의에 의해서 유년의 시간을 모두 빼앗겼다. 피터는 어린 시절 우주 해적단 라버저스에 의해 납치되었고 그 후 수십 년 동안 지구로 돌아가지 못했다. 가모라는 타노스에 의해 부모를 잃고 전사로 길러졌으며, 네뷸라도 타노스에게 온갖 학대를 당하며 신체가 개조되었다. 로켓의 비극적인 유년 시절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모두 드러났다. 이들이 우주의 Creep이 된 이유는 어쩌면 어른 흉내를 낼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린아이는 그저 아이인 채로 어른의 품에서 보호받으며 해맑게 성장하고, 때가 되면 어른의 품을 떠나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
다 자란 성인인 척 굴며 천방지축 우주를 누비던 가오갤 멤버들은 실은 자기 자신에 대하여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였음을 고백한다. <Dog Days Are Over>에 맞춰 한바탕 댄스파티를 벌인 이들은 잃어버린 자신의 청소년기를 찾아 뿔뿔이 흩어진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가 독특한 점은 긴 서사 끝에 인물들이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으면서’ 마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체성을 찾으러 ‘떠나면서’ 3부작 시리즈는 막을 내린다. 끝이 끝이 아니라 시작인 것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에서 가오갤 멤버들에 의해 처단당한 빌런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그들은 저마다의 ego를 찾아 언젠가 다시 우리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hiphopstep.
다음 분석 영화 예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추신 1: 노웨어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에 등장하는 지역 중 하나다. 우주적 존재의 잘려나간 머리 위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소행성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본부가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추신 2: 위에 언급한 드라마 <Glee>의 에피소드는 Season 2의 Episode 9, "Special Eduaction"이다.
추신 3: 서양 문화권에서 'dog day'는 여름 중 가장 덥고 습기가 많은 날을 의미한다. 직역하자면 '개 같은 날'이지만 우스갯소리로 한국에서는 '삼복더위'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29156
다음 영화 <옥자>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97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