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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힙합스텝 Aug 03. 2023

로르샤흐 검사와 대혼돈의 멀티버스

꿈은 무의식의 세계를 비춘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감독: 샘 레이미 (Sam Raimi)

2022년 개봉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27221#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엔딩 크레딧 영상을 로르샤흐 검사의 관점에서 분석한 글입니다. 영화의 기본 소재와 설정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는 포함하지 않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첫 번째 엔딩 크레딧이 등장할 때 그 영상 효과가 매우 흥미롭다. 물 위에 유성물감을 떨어뜨린 후 그 위에 종이를 덮어 만드는 마블링 예술 같기도 하고 그 모양이 대칭되어 있어 데칼고마니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의 무의식적인 심리 성격 분석에 사용되는 로르샤흐 검사의 이미지와도 매우 흡사하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다면, 디즈니 플러스에서 스트리밍을 통해 한번 확인해 보면 더욱 이해하기가 좋을 것이다.  


로르샤흐 검사는 좌우 대칭의 잉크로 얼룩진 열 장의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이미지의 형태는 모호하다. 피검자는 제시된 이미지를 보고 그것이 무엇처럼 보이고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지 자유롭게 응답하게 된다. 1번부터 n번까지의 선택지를 주고 응답 번호를 직접 고르도록 하는 자기 보고식 설문지와는 다르게 로르샤흐 검사는 이게 대체 무슨 검사인지, 각각의 이미지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 피검자의 응답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검사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로르샤흐 검사에서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답변을 해야겠다는 피검자의 의도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피검자의 무의식의 세계가 자연스레 드러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27221#


엔딩에 로르샤흐와 닮은 이미지를 배치한 것은 바로 이 영화에서 꿈이 대단히 중요한 소재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한다. 영화에서 꿈은 그냥 머릿속에서 지어낸 환상 같은 것이 아니라 갈 수는 없지만 진짜 어딘가에 존재하는 다른 멀티버스의 세계 속에서의 사건을 보여주는 거울로써 설명된다. 그러니까 꿈은 인물들을 멀티버스로 이어주는 통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꿈은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이자 무의식의 발현으로써 의식에서 억눌려 무의식으로 모이게 되는 이루지 못할 욕망이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는 곳이다. 이 영화에서 우리는 극 중 인물들의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들춰보았으므로 이는 곧 그들의 꿈의 세계를 들여다본 것이나 다름이 없다. 


로르샤흐를 닮은 이미지 속으로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번지며 나타났다 사라지는 엔딩은 한바탕 꿈의 세계로의 탐험을 마친 관객들을 향한 배웅이다. 



hiphopstep.



추신 1: 웨스 앤더슨 감독의 2023년 신작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도 로르샤흐 검사와 관련된 장면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영화를 볼 계획이 있는 독자는 염두에 두고 있다가 해당 장면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추신 2: 로르샤흐 검사의 코딩과 해석은 굉장히 까다롭고 어렵기로 유명하다. 여느 심리 측정과 마찬가지로 전문가를 동반한 정확한 검사와 해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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