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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힙합스텝 Aug 06. 2023

이탈리아, 복숭아 그리고 시선 (2)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Luca Guadagnino) 

2018년 개봉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9076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글입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엘리오는 이제 트집을 잡기 시작한다. 텃세를 부리며 올리버의 평판을 파괴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모두가 모인 식사 자리에서 엘리오가 처음 꺼내든 카드는 올리버의 말 습관인 “Later. 나중에 봐요.”를 지적하는 것. 지금이 아닌 미래의 언젠가를 기약하며 올리버가 습관처럼 내뱉는 “Later.”가 무례하고 거만하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처럼 비추어지는 법. 올리버를 싫어하는 마음을 드러낼수록 그를 향해 바짝 선 엘리오의 신경이 만천하에 까발려지고 엘리오의 부모는 열일곱 살 아들의 마음을 쉽게 알아차린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9076


영화의 배경이 북부 이탈리아라는 점과 올리버가 미국의 뉴잉글랜드 소도시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Later.”라는 짧은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마음껏 즐기고 찬미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반화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의 다혈질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낙천적인 국민성은 유명하다. 특히 이탈리아는 가족 내 응집력과 정서적 유대가 매우 강한 나라로 ‘가족주의(familism)’는 이탈리아 문화의 핵심이다. 가족 구성원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께 어울려 인생을 즐기는 것은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의 삶의 우선순위로 꼽힌다. 


이런 삶의 태도를 지닌 이탈리아에서 올리버의 “Later.”가 다소 차갑고 이상하게 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마지막일 지도 모를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말 한마디로 손쉽게 미뤄버리다니! 막연한 미래를 위해 다시 오지 않을 현재를 희생하다니! 게다가 올리버는 늘 나중에 보자는 말을 끝으로 일방적으로 상대와의 대화를 단절해 버리니 엘리오의 입장에서는 아니꼽게 들리는 것이 이해가 된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9076


그러나 안타깝게도 올리버에게 “Later.”는 자신의 불안을 들키지 않기 위해 구사하는 일종의 방어기제다. 올리버가 태어나 성장한 미국 북동부의 뉴잉글랜드는 1620년 분리주의 성향의 청교도들이 영국을 떠나 정착한 곳이다. 그래서 뉴잉글랜드는 청교도에 기반한 보수적인 문화적 전통과 정체성이 강한 편이다. 당시 청교도의 문화가 지배적이었던 뉴잉글랜드에서 동성애는 사회의 악이자 공포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동성애가 소돔과 고모라에 쏟아진 불과 유황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불순물로 인식했다. 청교도 문화의 신성함을 보존하기 위하여 당시 모든 동성애 범죄에는 사형이 구형되었다. 청교도인들은 뉴잉글랜드를 동성애로부터 깨끗하게 유지하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비청교도적 이념에 의해 오염되지 않도록 자신들의 땅을 순수하게 유지하고자 했다. 청교도 뉴잉글랜드에서 종교는 곧 국가와도 같았으니 그 사회의 동성애자들은 늘 죽음과도 같은 불안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3부에서 계속]



참고문헌


정은미. (2007). 이탈리아 가구산업의 성공요인: 확립기 (1945~ 1970) 를 중심으로. Archives of Design Research, 20(5), 313-328.


Crandell, B. (1997). Homosexuality in Puritan New England, Amaranthus, 1997(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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