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힙합스텝 Aug 07. 2023

이탈리아, 복숭아 그리고 시선 (3)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Luca Guadagnino) 

2018년 개봉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9076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글입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올리버는 극 중에서 60년대 출생으로 추정되니 올리버의 부모는 대략 1930-40년대 사람들일 것이다. 보수주의 청교도 문화가 뿌리 깊은 뉴잉글랜드에서 심지어 그의 가족은 유대인이다. 올리버는 이렇게 말한다.


뉴잉글랜드 소도시 출신이라 왕따 유대인 기분은 알지.

-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中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9076


청교도 문화가 강한 뉴잉글랜드 소도시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데다가 동성을 향한 묘한 호기심이 피어올랐을 올리버는 집 밖의 이웃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집 안의 가족으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는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올리버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중 위험 가설 (double jeopardy hypothesis)의 한가운데 놓인 인물이다. 이중 위험 가설이란 신체 건강이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두 가지 이상의 위험 요인을 지닌 사람들의 상태를 설명하는 가설이다. 예를 들어, 한 사회에서 이방인처럼 취급되는 인종˙민족적 특성을 지닌 사람들 가운데 특히 고령인 사람들은 여러모로 건강이 나빠지게 될 가능성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인종이라고 차별받고, 노인이라 외면되는 이중적인 위협 상황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리버도 마찬가지이다. 뉴잉글랜드에서 올리버는 유대인이라 차별받고 성지향성으로 인해 수용되지 못하는 이중적인 위태로움 속에서 살아야 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리버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지향성을 절대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심지어는 자기 자신조차 속여야 한다. 남성을 향해 스멀스멀 올라오는 본능적인 감정과 그에 뒤따르는 불안을 억지로 억누르기 위하여 불편한 상황에서 재빠르게 물러나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방어기제를 사용해야 한다. 올리버의 “Later.”은 사실 엘리오를 향한 말이 아니다. 이는 자신의 내면을 향한 말이며 감정을 억제하기 위한 회피의 수단이다. 지금은 진짜 나의 모습을 마주할 때가 아니니 적절한 때가 오면 언젠가 마주하겠다는 자신의 삶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태도를 본인이 진정 원해서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닐 테니 올리버의 마음은 이미 불구덩이 속일 것이다.


올리버의 평판에 흠집을 내고자 하는 엘리오의 전략은 처절하게 실패한다. 모두가 올리버를 좋아한다. 올리버는 너무 매력적이고 사람들과도 잘 섞인다. 엘리오는 이제 인정해야 한다. 첫눈에 올리버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음을.



[4부에서 계속]



참고문헌


Ferraro, K. F., & Farmer, M. M. (1996). Double jeopardy, aging as leveler, or persistent health inequality? A longitudinal analysis of white and black Americans. The Journals of Gerontology Series B: Psychological Sciences and Social Sciences, 51(6), S319-S328.

매거진의 이전글 이탈리아, 복숭아 그리고 시선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