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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톨아람 Sep 08. 2022

처음 하는 원격 수업

- 태풍 전야

지난 월요일, 일주일 만에 학교로 갔습니다. 정말 바쁜 하루였지요. 단축수업 후 조퇴, 화요일은 태풍으로 인해 원격 수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몇 년간 작은 학교에 근무해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원격수업을 한 경험이 없었습니다. 제겐 첫 원격 수업이었지요.


태풍이 온다고 한 날,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예전 매미 때 바닷가 학교에 근무하면서 너무 심각한 피해 상황들을 보고 경험해서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또 원격 수업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미리 학습지도 나누어주고, 오후에 반별로 웨일온 접속 예약과 톡톡 클래스 자료 수록도 했지만 갑자기 접속량이 증가하면 서버가 터지진 않을까 염려되었습니다. 첫 원격 수업인데 제대로 진행하고 싶기도 하고, 뭔가 잘 되지 않아 버벅거리는 상황이 생기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일주일 부재한 후에 왔는데 1차 고사도 얼마 남지 않아 한 시간 수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고요.

실시간 화상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자 했던 플랜 A


그래서 저녁부터 비상 상황을 대비한 영상 만들기를 시작했어요. 오랜만에 수업 영상을 만들다 보니 녹음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 실수도 자꾸 생기고, 마음에 들지 않아 자꾸 재녹음을 하다 보니 더 그리 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새벽 세 시, 바람 소리가 정말 거세고 밖을 보니 정말 무서웠어요. 그래서 다시 집중해서 영상 제작을 마무리했습니다.


날이 밝았고, 저는 전날부터 계속 웨일온 접속 상태로 있었기에 아침에 확인하면서도 접속이 원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학급 학생들과 함께 조회를 하려는 순간, 접속이 안 된다는 카톡이 계속 올라왔어요. 집에 있는 자녀도 웨일온이 안 된다며 걱정하고요. 1교시 다른 반 수업이 있었는데, 우리 반은 다른 과목 수업 접속이 계속 안 되고 있어서 휴대폰과 노트북 화면을 계속 번갈아 확인해야 했어요. 긴장이 되더군요. 수업은 일단 비상 상황을 대비해 만든 영상을 반별 오픈 채팅방을 통해 공유하고, 학생들에게 해당 내용을 공부하고 정리한 다음 사진으로 제출하면 출석 완료라고 안내했습니다.


수업 영상에 사용한 화면들 중 일부 (제작: 미리캔버스)





사실 그냥 영상 보고 필기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특별히 대단한 피드백을 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오는 질문 카톡들(“선생님 로그인이 안 돼요! 어쩌죠?”, “과제를 어디로 제출하죠?”, “수학 학습지를 안 받았는데 어디서 다운 받을 수 있나요? ㅠㅠ” 등등)로 인해 너무 바쁜 하루였지만, 그래도 살펴보고 짧게라도 피드백을 보내주고 싶었어요. 집에서 원격수업 참여하는 자녀들 모습을 많이 보았기에, 아이들 또한 얼마나 애쓰는지 잘 알고 있어서 성실히 노력한 아이들에게 한 마디라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 책을 찬찬히 살펴보니 좋은 점들이 있었어요. 책을 걷어서 하는 책 검사도 좋지만, 책의 부피와 무게, 시간의 압박 등으로 매번 체크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사진으로 받으니 검사 속도가 더 빠르더라고요. 또한 오개념이나 잘못 이해한 부분들, 아이가 어떤 것을 모르는지(지난 학년에서 알고 넘어왔어야 할 기본 용어의 개념 같은 것들)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이의 간단한 질문에 대답을 해주기도 하고, 사소한 것들이지만 체크해주기도 했어요. 평소 아이에게 느낀 좋았던 감정을 함께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별명이 ‘할머니’인 귀여운 친구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더라고요. 이해력이 무척 뛰어난 친구인데 충분히 이해해가며 쓴 것 같아서 특별한 교과 언급은 하지 않고 약간 장난스럽게 메시지를 적어주기도 했습니다.



발음을 표시하는 [   ] 표시에 대해선 아이들이 빠트리거나 (   )로 쓴 경우들이 있었고, 발음이 아닌 표기 부분에 [    ]를 쓴 경우도 있었어요.


‘문장 부호’에 대해 어떻게 수업하는지 살펴보고 싶어서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어요. 교육과정에는 간단히 두 번 정도 문법과 읽기에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출판사 사이트를 통해 찾아보니,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국어(나) 교과서에서-즉, 입학 후 1학기 하반기에- 기본적인 물음표(?), 느낌표(!), 마침표(.), 쉼표(,) 등에 관한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었어요. 초 1학년 2학기 국어(가) 교과서에서 큰따옴표(“ “), 작은따옴표(‘ ‘) 등이 나왔습니다. 이후에는 문장 부호에 관한 내용이 보이지 않았고, 초 6학년 고쳐쓰기 단원에서 간단히 교정 부호가 나왔습니다.


그러면 괄호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제대로 배우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 중 괄호가 쓰이면 언급하는 정도로 수업하긴 했지만 괄호를 구분해서 수업 과정에서 다룬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영상에선 아예 그런 추가 설명은 없었고요. 이 경우 외에도 지난 학년에서 다룬 ‘조사’나 ‘음절’ 등이 언급되다 보니, 아이들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넘어간 부분들이 있겠다는 것을 학생들의 필기를 통해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당연히  거라 여기고 하는  함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다시 학교에서 만나 수업을 하면서 영상을 통해 학습한 내용을 함께 되짚어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괄호의  가지 종류를 비교하며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고,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알려주었습니다. 학생들이 어제 대화창을 통해 나눈 대화가 있었기에  집중해서 관심을 가지는  느낄  있었습니다.


“아, 저렇게 쓰이는지 몰랐어요.”

“아, 이 괄호 이름이 대괄호구나.”


새롭게 알아가는 순간들이 좋았습니다. 작년에 배운 품사 ‘조사’ 개념, 글자가 초성, 중성, 종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등 표준 발음법을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개념들을 좀 더 돌아보는 시간이 우리에겐 꼭 필요했으니까요.


내일은 표기까지 일단 수업을 하고, 추석 연휴 이후에는 다시 돌아보면서 학생 주도적 활동으로 스스로 돌아보는 과정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곁에서 누군가  학습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있다는 느낌 학생들이 느낄  있다면 좋겠습니다. 처음  원격 수업 이후 이상하게 우리가  친밀해진  같은 기분은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겠지요? 곁에 머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또한 물음표를 안고 다가올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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