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여행 2
<콜롬보, 아누라다푸라>
그러니까 어제, 내가 스리랑카에 도착한 어제 말이야.
오랜만에 서남아 정취를 느끼며 버스를 타고 수도인 콜롬보의 시내로 들어왔고, 거리의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타박타박 걸어 숙소 입구에 도착했는데, 와...... 저거 뭐야, 쥐야?
나는 있지. 세상에 쥐가 저렇게 많은 건 처음 봤어. 구리구리한 옛날 옛적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도 나는 이 정도의 양은 본 적이 없다고. 그러니까 쥐 때 말이야. 덩치가 산만한 녀석들이 숙소 밑 필로티 주차장 같은 곳에 빠글빠글하더라고. 온몸에 털이 삐죽 서고 땀이 한 번에 확 솟구 치대. 입구에서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으아아 아- 와아아- 느야아아시-” 탄식만 쏟아내고 있는데, 옆에서 담배 피우던 남자 둘이 그래. “그냥 개일 뿐이야.” 아... 개를 보고 놀란 게 아니잖아 내가 지금? 사실 나는 개가 있는 줄도 몰랐거든. 그런데 그 사람들은 쥐를 보고 놀라는 내가 더 놀라웠나 보더라고. 내가 아니 이봐, 쥐 말이야 쥐. 자네들 눈에는 지금 저 것들이 안 보이냐고 하자 “밤이 됐으니까 나온 거지.” 하더라. 끄응... 이게 이렇게 심플할 일 인가봐. 하여튼 나는 혼자서는 도저히 못 들어가겠더라고. 6천 원 하는 저렴한 호스텔을 예약한 과거의 나를 원망하며 아까 그 심플한 남성 두 분께 도움을 요청했어. 하여 그 두 분과 주차장에서 자고 있던 거리의 사람들이 대대적으로 쥐를 쫓기 시작했고 쥐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아직 누워있는 거리의 사람들 품으로도 숨어들었어.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부리나케 숙소까지 뛰어 올라갔지. 세상에 얼마나 긴장했던지 온 몸이 땀범벅이더라. 자고 계신 숙소 주인아주머니를 깨워 체크인을 하고 찬물에 후딱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발가락이 간질간질한 게 꼭 어딘가에서 쥐 한 마리가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거 있지? 아침이 밝아도 기분이 영 개운 치를 않고, 숙소에서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어디선가 녀석들이 나를 보고 있는 것 만 같아 도저히 안 되겠더라. 대충 짐을 싸서 부리나케 나왔어. 그리고는 당장에 기차역으로 갔고 바로 여기 아누라다푸라로 도망치듯 온 거야.
아 맞다! 콜롬보 기차역에서 ‘아지트’라는 분을 만났어. 매표소에서 우연히 만난 아저씨인데 티켓 끊는 것도 도와주고 같이 기차도 기다려 줬어. 직업이 가이드래. 스리랑카 지도를 펼쳐 들고 어떻게 여행하면 좋을지 잘 설명해주더라고. 고마웠지. 근데 내가 가이드랑 같이 다니는 여행을 하는 사람은 또 아니잖아. 제가 당신의 고객이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더 이상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다고 정중하게 말했어. 그래도 멈추지 않는 거야. 하여 결국 어떻게 어떻게 시간을 맞춰 며칠 뒤 나랑 어느 지역 호텔에서 만나 같이 여행을 하는 걸로 나름 플랜을 세우대. 고급 호텔 숙박비는 무료고 며칠 동안 아저씨의 오토바이로 함께 여행하는 프리투어 프로그램이 그 기차역에서 완성됐어. 뭐, 난 동의한 적은 없지만... 마침 기차가 왔고 아저씨는 부리나케 달려가서 누구보다 빠르게 내 가방을 기차에 집어던지더니 자기도 가방 따라 뛰어올라 타 자리를 맡아줬어. 그리고는 내 이마에 찐하게 키스를 하고 가더라. 이마에 뭍은 침을 닦으며 궁금했어. 이 나라는 처음 만난 사람하고 헤어질 때 원래 이렇게 이마에 키스하고 그러는 건가....?

기차 좌석은 여기 올 때까지 계속 널릴 했어. 왜 그렇게까지 격렬히 자리를 맡았나 싶을 만큼. 그리고 옆에는 젊은 청년 둘이 탔는데, 세상에나 이 친구들 한국말을 다 하대?
한국에 가서 일하고 싶어서 공부했대. 지금 시험까지 통과한 상태고 한국에 있는 사장님들이 뽑아주면 내년쯤에는 가서 4년 정도 일할 수 있을 거래. 그럼 돈을 많이 벌어 올 수 있대. 공장, 낚시, 건축이었나.. 아무튼 세 군데 중 한 곳에서 일할 수 있는데 다치거나 죽는 사람도 가끔 있대. 그래도 뭐, 괜찮대. 친구들 중에 한국에 가 있는 사람이 몇 있는데 차도 끌고 다니고 아주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인대. 나한테 한국어 교과서도 보여줬어. 어떤 내용이었냐면 늦게까지 페인트 작업하느라 정리를 못해서 작업장이 엉망이고 냄새난다고, 그러니 얼른얼른 치우고 앞으로 작업도구는 쓰고 나서 바로 치우라는 내용이었어. 근데 나, 마음이 괜히 이상한 거 있지? 일할 때 꼭 필요한 단어, 어휘 들일 텐데. 내가 배우던 외국어 교과서들과는 좀 달라서 그랬나 봐. 아무튼 그랬어. 그 친구들 한국 오면 내가 비빔밥 쏘기로 했다! :D
여기 아누라다푸라에 오니까 쥐 때는 없는데 웬 원숭이 때가.. 살벌하게 많아.
내가 또 쥐만큼 싫어하는 게 원숭이잖아. 나 진짜 무섭단 말이야 원숭이.
일단 이 동네 첫인상은 원숭이가 많고, 습해. 그리고 한국말을 하거나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 숙소에 오다가 의정부에서 일했다는 아저씨를 만났고, 밥 먹으러 가다가 한국어를 공부하는 청년도 만났어. 이 청년 이름은 ‘애란전’ 직업은 툭툭 기사인데 와...... 툭툭 여기저기 한국어를 붙여 놓고 공부하는 모습에 나 감동했잖아.
웃는 모습이 아주 밝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어. 일단 저녁밥부터 먹고 차 한 잔 같이하기로 했지. 나 엄청 배고팠거든. 스리랑카 와서 거의 첫 끼나 마찬 가지었으니까. 로컬 식당에 들어가서 현지 음식을 먹는데... 아 참.. 영 입에 안 맞더라. 아무거나 잘 먹던 미각 둔한 나는 어디 갔니? 입에 안 맞는 음식을 뒤로하고 그럴듯한 커피숍을 찾아 헤매는 나는 또 누구니? 여기는 스리랑카, 작은 도시 아누라다푸라. 결국 구멍가게 같은 작은 식당에서 홍차 두 잔을 사서 애란 전 툭툭에 앉아 얘기를 나눴어. 주전부리로는 동그란 밀떡에 커리랑 칠리를 찍어 먹으면서.. 이 친구는 한국어도 영어도 잘 못해. 그리고 나도 스리랑카 말을 못 하니까. 이 친구가 계속하는 말은.. 사실은 지나치게 많이, 너무 지칠 때까지 하는 말의 요는.. "오 한국 사람이라니.. 당신을 만나 행복하다.. 기적이다.. 내일 오전에 한국어 수업이 끝나면 당신의 여행을 내 툭툭으로 안내하겠다. 돈은 필요 없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
그렇게 행복하다는데 어떻게.. 내일 이 친구 툭툭으로 같이 다니기로 했어.
숙소 주인아저씨가 분명히 더 큰돈을 요구할 거라며 걱정하지만, 그럼 적당히 주면 되지 뭐. 재밌잖아 같이 다니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