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여행 4 <담불라>
<담불라, Dambulla>
지금은 담불라 라는 곳에 있어. 그 외 TV 광고에 나왔던 시기리야 락이 있는 곳이라 스리랑카에서는 꼭 가봐야 하는 대표 명소야. 내가 있던 아누라다푸라에서는 2시간 반쯤 걸렸나.. 터미널에서 미니 봉고 버스를 타고 왔는데 버스 차장님이 나한테 정가 요금의 두 배 정도를 달라고 하더라구. (아, 여기도 버스에서 돈 걷는 차장님이 따로 있어.) “어..이상하네.. 그런데 내가 외국인이라서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 더 달라고 하는 건가요?” 하고 물어봤어. 그랬더니 그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아이처럼 장난스럽고 수줍게 웃으면서 바로 정가 요금으로 고쳐 말하곤 내 가방을 봉고차에 실었어. 문득 오래전 시리아 여행의 한 장면이 생각났어. 그때 과일 주스를 팔던 직원들이 주스 가격에 몇 푼 더 얹어 불렀다가 아랍 식 숫자 표기법을 알고 있는 나한테 정가를 딱 걸리곤 세상 부끄러워하며 쥐구멍을 찾던 모습이. 우리 여행하다 보면 이런 소소한 사기(?)들이 가끔 일어나잖아. 예전에는 이런 일 생기면 나 엄청 쌈닭이 었거든. 소리 지르고 싸우고 돈 집어던지고 난리도 아니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어... 이상하다...” 정도만 해. 덧붙여 내가 여기 나라 말 못 해서 그래요?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래요? 거짓말 쳐서 이 돈 받으면 나중에 마음 불편하실 텐데 그래도 괜찮아요? 이 나라에 참 좋은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당신을 만난 이후로 마음이 좀 달라질 것 같아요. 등등도 하고.
물론 언짢을 때도 있지만 되도록 큰 소리는 안 내게 된 것 같아. 그리고 나면 신기하게 사람들의 태도도 좀 바뀌고. 그리고 나도 좀 바뀌고. 그러니까 세상 앞에 자꾸 더 정직해져.
아직 우기라 그런지 여행객이 좀처럼 없다. 우리 숙소에도 나 말고 한 명 더 있네. 우리 숙소 매니저는 젊은 남학생인데 아주 친절하고 잘 웃어서 참 좋아. 어제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밤새 벽화를 그리다가 돌아왔대. 엄청 피곤한데 그 피곤함마저 즐거운 그런 미소 기억나?
나도 한때는 자주 지었던 웃음 같은데.. 여하튼 그런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늘어져 있더라고. 올 4월에 스리랑카에 테러가 있었던 거 알지? 그래서 국민들도 고통스러웠고 관광객 수도 현저히 줄었나 봐. 분위기 쇄신이랄까.. 우리가 힘을 모아 이렇게 열심히 나라를 가꾸고 있으니 다시 많이들 와주세요 하는 의미에서 다들 뛰어나가 밤새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야. 나름대로 팀을 짜고 스케치 본을 준비해 벽에 스케치하고 물감을 준비해 채색을 하더라고. 나는 어디서 돈이라도 주는 줄 알았더니 그런 것도 아니래. 그냥 자발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들 나와 이렇게 벽화를 그리고 있다. 돈과 시간과 체력을 투자해서 말이야. 신기하고 참 예쁘지?
오늘은 비가 많이 온다.
아까 감은 머리도 잘 마르지 않고, 입고 있던 옷이 다 축축해져. 침구는 너무너무 눅눅해서 젖은 침대로 들어가는 기분이야. 이거 꽤 힘든 거구나... 마르지 않은 이불속에 들어가 몸을 눕히는 것. 내일은 해가 좀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