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하루의 시작
고향에서의 회사생활은 예상보다 평온했다. 아침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시간교대근무만 해왔던 나로서는 매일 같은 시간에 퇴근하고 짧은 근무시간이 참 여유로웠다. 업무에 있어서도 계약직 부총무인 덕에 누구도 무리한 기대를 하지 않았고, 나에게 주어진 일은 접수 등록, 서류 정리 같은 간단한 업무였다. 큰 책임이 없다는 건 처음엔 낯설고도 편안한 감정이었다. 내가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게 고맙기까지 했다.
하지만 통장은 내게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받던 급여보다 훨씬 적은 월급. 월세가 나가지 않는 건 분명한 장점이었지만 막상 살아보니, 생각보다 더 많은 비용이 나도 모르게 빠져나갔다. '괜찮겠지' 했던 마음은 금세 현실 앞에서 무너졌다. 결국 어쩔 수 없었다. 마침 집 앞에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직원을 구하고 있었고, 그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면접을 보러 갔고, 합격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하루가 시작되었다. 낮엔 회사원, 퇴근 후와 주말엔 카페 아르바이트생. 커피를 내리고 테이블을 닦고 손님이 없을 땐 아무 말 없이 창 밖을 바라보았다. 돈 쓸 시간도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마치 살아가는 대신 조용히 흘려보내는 나날 같았다.
당신은 '괜찮을 줄 알았던 선택'이 현실과 마주친 적 있나요?
고요한 듯 보였던 삶이 막상 그 안에 들어서니 또 다른 파도를 몰고 온 순간, 당신도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