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나아가야 했기에
고향에서의 회사 생활은 평온했지만, 내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카페 일은 나름 즐거웠다. 커피 향이 가득한 공간, 손님들과의 짧은 대화, 바쁜 와중에도 문득문득 찾아오는 여유. 하지만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가 '고향'이라는 점이었다. 초중고를 다녔던 익숙한 동네, 어릴 적 나를 알던 사람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누구 딸은 카페에서 알바나 하고 있더라"는 말이, 숨어있던 내 자존심을 콕콕 찔렀다.
낮에는 보험회사 부총무, 저녁과 주말엔 카페 아르바이트생. 내 삶은 누구보다 부지런했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서른 살 먹고 카페 알바나 하는 애'로만 보였던 것이다.
보험회사에서 일한 지 1년을 조금 넘겼을 무렵, 나는 조용히 기대하고 있었다. 입사 전, 계약직 기간이 끝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적은 급여에도 그 가능성을 믿고 하루하루를 버텼다. 하지만 어느 날, 정규직 총무님이 말했다.
"그거? 10년도 더 된 이야기야. 요즘은 공채로만 뽑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바닥이 꺼지는 느낌이었다. 정규직이 되지 못하면, 나는 또다시 떠나야 할까? 어디로? 무엇을 하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카페 손님 중 엄마를 잘 안다던 분이 내 번호를 물어왔다. 터미널 근처에 프랜차이즈 카페를 새로 오픈할 예정인데, 매니저를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이게 기회였을까, 피해야 할 위기였을까. 그때는 알 수 없었다. 앞날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나는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계약기간이 3개월 정도 남아 있었지만, 회사도 카페도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내가 그린 길이 흔들리는 순간, 나는 또 한 번 방향을 바꾸어 걸어보기로 했다. 그 길 끝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멈추는 대신, 걸어보기로 했다.
당신은 한때 기대했던 일이 물거품이 된 적이 있나요?
그 끝에서,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이 당신에게도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