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라 믿었는데, 함정이었다

가족이라더니, 불편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by Hippy



보험회사와 카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엄마를 잘 안다던 분이 터미널 근처에 프랜차이즈 카페를 새로 오픈한다며 매니저를 맡아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던 그 자리. 아르바이트생에서 매니저로, 이제 카페가 직장이 된 샘이었다.


시작부터 조금 불안하긴 했다.

오픈 전, 본사에서 진행하는 신규매장 오픈 교육을 이수해야 했는데, 카페 사장은 가지 않고 나 혼자 서울까지 교육을 받으러 가야 했다. 일주일 동안의 교육. 교육에 따른 숙박비나 식비 등의 지원은 없었다. 서울에 있는 친구 집에서 지내기로 하고 올라갔고, 사장이 건넨 건 서울 가는 버스표 한 장과 현금 10만 원뿐이었다. 일주일간의 서울출장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지금생각하면 월급도, 출장비도 없는 그 교육은, 시작부터 대우가 아닌 '심부름'이었다.


교육을 마치고 매장이 오픈했다. 근무시간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사장은 따로 있었지만 매장 운영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그저 가정주부로만 살아왔던 사장은 카페 운영에 대해 전혀 몰랐고 오픈 교육도 참여하지 않았으니 커피를 내리는 일부터 매장 관리까지 아는 것이 없었다.


매장에 필요한 물품은 내 사비로 구입했고, 쉬는 날도 없이 가게에 나갔다. 그렇게 두 달쯤 흘렀을 무렵, 매장은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사장을 포함한 아르바이트생들을 직접 교육했고, 사장의 아들도 일손을 돕겠다고 나왔고, 아들 친구까지 아르바이트로 들어와 모두를 한 명씩 교육해야 했다. 매장이 바빠질수록 나는 더 많은 책임을 떠안았고, 더 오래 카페에 머물렀다.


그즈음, 사장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젠 우리 가족이지~, 우리 집 딸이나 다름없어!!"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그 말은 바뀌었다. 아마도 내가 아르바이트생이 실수해서 꾸짖었던 날이었다. 그 아르바이트생은 사장 아들의 친구였으니... 한참을 꽁해있던 사장이 이야기를 하자고 부르더니 아르바이트생을 두둔한 뒤, 내게 한 말을 이랬다.


"내가 사장인데 네가 내 말을 들어야 하지 않니?

나도 이제 내 자리를 찾아야겠어!"


나는 기가 막혔다. 자리가 잡히기 전까지 간도 쓸개도 빼줄 것처럼 굴던 사람이, 이제 카페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내 존재가 불편하다는 듯했다. 월급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긴 근무시간을 생각하면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그리고 카페가 자리가 잡히자, 내 월급이 아까워진 듯했다.


결국 나는 말했다. "그럼, 그만두겠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고 선택한 길의 끝은 백수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만약 보험회사에서 계약기간을 다 채웠더라면, 실업급여라도 받으며 자격증 공부를 그때 시작했을 텐데. 나는 그렇게 모든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고, 다시 백수가 되었다.


'가족'이라던 말이…
필요할 때만 쓰이는 말일 줄을 몰랐습니다.
당신도 누군가의 말에 속아 선택을 후회했던 순간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