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방, 멀어진 마음

좁은 방이 말해준 건, 여기가 아니란 사실이었다

by Hippy

고시원과 매장은 걸어서 5분 거리였다. 서울에서 그렇게 가까운 출퇴근은 흔치 않았기에 몸은 무척 편했다. 출근길에 이어폰을 귀에 꽂을 필요도 없었다. 그저 걸어서 몇 분이면 바로 매장 문 앞이었다.


하지만 고시원은 너무 좁았다. 성인 한 명 누우면 꽉 차는 방, 창문도 없이 항상 희미한 형광등 아래에 있는 기분. 불을 끄면 세상이 사라지는 것 같았고, 불을 켜면 세상은 나만 남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 무렵, 엄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 병원에 입원한 뒤에야 겨우 소식을 들었고, 그나마도 걱정한다는 핑계로 연락을 하지 않았던 엄마이기에 나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왜 연락하지 않았지...?" 서운함보다 설명되지 않는 막막함이 먼저 밀려왔다. 엄마가 누워있는 병원으로 내려갔다가 오랜만에 고향 집에 들렀다. 작고 오래된 우리 집이 그날따라 낯설었다. 그리고 화장실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무언가 확실히 느꼈다.


우리 집 화장실이 내가 살고 있는 고시원보다 넓다. 그 사실이 어딘가 우스우면서도 슬펐다. 나는 뭘 위해 여기에 있었던 걸까? 이 도시에서 내가 사는 방식이 정말 살아가는 거였을까?


며칠 뒤,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고창에 있는 보험회사 지점에서 계약직 총무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계약직이지만 2년을 채우고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엄마 곁에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나는 면접을 보기로 결심했다. 면접은 성공적이었고, 서울 생활의 끝을 정해주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이번엔 휴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이어가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서의 첫 직장. 좁았던 고시원 방을 떠나 조금은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내 삶이 옮겨졌다.


당신에게 '공간'이 삶을 돌아보게 만든 순간이 있나요?

좁고 답답한 공간, 혹은 너무 익숙해서 잊고 있던 장소가 어느 날 문득,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을 건넨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