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던 나를, 이제는 지키고 싶었다
길어진 제주살이는 내게 회복의 시간이 되어주었다. 걷고, 먹고, 자고, 그리고 또 걷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 나는 나를 조금씩 다시 마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은사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고향에서 친척분이 카페를 오픈하게 되었는데, 내가 그 일을 도와줄 수 있겠냐는 부탁이었다.
고향에 백수로 있다는 소식은 은근히, 그러나 빠르게 퍼졌고 있었던 모양이다. 처음엔 단호히 거절했다. 첫 번째 매장 때처럼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뛰어들어, 내 매장처럼 운영의 틀을 잡아갔지만, 결국 사냥이 끝난 사냥개처럼 버려졌던 기억이 선명했기 때문이었다.
며칠 뒤. 이번에는 직접 카페를 운영한다는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 번호가 은사님을 통해 전달된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이전처럼 휩쓸리지 않기로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내 조건을 제시했다. 근무시간, 휴일, 급여 체계까지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이전의 나는 그저 열정만으로 움직였지만, 이제는 그 안에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고 싶었다.
사장님은 미혼이었고, 직장 경험도 있는 분이었다. 내가 제시하는 조건에 "좋아요, 수익이 나면 인센티브도 드릴게요"라며 꺼내지도 않았던 부분까지 먼저 언급하며 흔쾌히 수락했다.
그 태도는 한편으로 고마웠지만, 어쩐지 조금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해를 한 걸까? 아니면, 그냥 넘긴 걸까?" 마음 한편에 조심스러움이 피어올랐다.
그래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고 오고 있었기에 나는 일을 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신규 매장 오픈 교육 일정에 맞춰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운 좋게도 제주에서 머무를 예정이었던 기간과 크게 겹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고향에서 두 번째 카페 오픈 매니저로 돌아가 다시 한번 해보기로 했다. 다시는 나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여러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시나요?
상처받은 이후에도 다시 도전하는 용기...
그게 무모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