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의 시작은 걷는 것부터

땀을 따라 마음이 흘러내렸다.

by Hippy

도착한 제주의 힐링센터는 '센터'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평범한 2층 주택이었다. 1층과 2층엔 각각 여러 명이 함께 스는 다인실과, 혼자서 쓸 수 있는 일인실이 나뉘어 있었다. 나는 당연히 일인실을 선택했다. 사람에 지쳐왔고, 이제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했다.


무엇보다 힘든 시간으로부터 물리적으로 멀어진 것만으로도 이미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 벽을 넘자마자 마주한 첫 일정은, 다짜고짜 윗세오름 등반.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힐링센터 일행들을 따라 무작정 올라갔다.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그 오름은, 나 같은 운동 초보에겐 너무나도 벅찬 코스였다. 결국 다음날, 나는 병원에 실려가 링거를 맞아야 했다. 몸살이 온몸을 덮쳤지만, 어쩐지 후회는 들지 않았다. 무너진 몸을 데리고 온 건 나 자신이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 쌓아 올리는 수밖에...


그렇게 신고식을 치르고 본격적인 '제주살이'가 시작되었다. 평일에는 하루하루 짜인 일정에 따라 올레길, 오름, 숲길, 휴양림을 걷고 또 걸었다. 어떤 날은 10km, 어떤 날은 20km 넘게 걷기도 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게 오히려 좋았다. 잡생각조차 끼어들 여유가 없는 그 시간들이 차츰 내 안에 남아 있던 불안과 두려움을 밀어냈다.


몸이 점점 가벼워지고, 마음도 따라 가벼워졌다. 마지막 주에는 마침내 한라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비가 세차게 몰아치던 날씨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한라산 등반을 해냈다는 기분에 후련함이 밀려왔다. 그간 내가 안고 있던 감정을 모두 털어낼 수 있었다. 산을 오른 게 아니라, 나를 넘어선 것 같았다.


그렇게 한 달이 끝나가던 즈음, 힐링센터 원장님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다음 달부터 이 센터 문을 닫게 되었어요. 혹시 남은 2주 동안 더 머무르실래요?"

나는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시간이 너무 소중했기에, 조금 더 오래 머무르고 싶었다.


이렇게 멈춰 선 시간이, 나를 조금 덜 미워하게 만든 것 같아요.
나를 미워하는 마음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었던 그 시간들.
여러분은, 어떻게 자신을 다시 안아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