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배움을 선택하기까지의 시간
회사를 그만두고 난 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흘러갔다.
군청과 여성센터에 구직 등록을 했지만 소식은 없었고, 종합병원은 면접까지 갔다가 고배를 마셨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실망감. 하지만 익숙하다고 해서 덜 아픈 건 아니었다.
고향에 있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이 작은 지역 안에서 나라는 사람을 받아줄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실감 났다. 이력은 너무 다양했고, 경력은 너무 산만했으며, 이곳에서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일자리는 적고, 사람들의 기준은 높았다.
고용센터조차도 버스를 타고 도시로 나가야 했다. 그 길마저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고요한 시간들이 내게 밀려왔다. 소음은 없지만, 마음속엔 물결처럼 계속 흔들리는 파장이 있었다.
그러다 고용복지센터에서 ‘취업성공패키지’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당장 지금, 아무런 준비도 없이 또다시 일에 뛰어들기보다는 뭐라도 하나 배워두자. 그게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위로이자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 같았다.
웹디자인과 회계 사이에서 오래 고민했다. 감각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는 늘 디자인과 글, 그림에 끌렸다. 웹디자인은 분명 내가 하고 싶던 일과 가까웠다. 하지만 시골에서 웹디자이너를 구하는 곳은 드물었다. 포트폴리오도, 실무경험도 없던 나로선 바로 취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았다.
반면 회계는 달랐다. 작은 회사든, 큰 회사든 회계를 보는 ‘경리’는 반드시 필요했다. 지역 안에서 실무형 회계 인력을 원하는 곳은 생각보다 많았고, 국비로 자격증까지 취득하면 취업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나는 결국 ‘해야 하는 것’을 택했다. 현실은 늘 선택지를 줄였고, 나는 지금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했다.
“나중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하면 되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웹디자인 강의창을 닫고, ERP 기반 생산정보시스템 교육을 신청했다.
고요한 날들이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다시 파장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