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쫓은 그림자

빛나는 줄 알았던 그곳엔, 그림자가 짙었다

by Hippy

카페를 그만두고 난 뒤, 운 좋게도 지역에서 꽤나 귀한 대기업 계열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농촌형 테마파크였고, 친구의 소개로 이력서를 넣었다.


나는 CS와 물류를 담당하는 팀에 배치되었다.

주요 업무는 문의 전화, 단체예약, e커머스 주문 확인, 송장 관리까지. 업무는 분명 많았지만, 혼자 감당하기 벅찰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정규직’이라는 안정감이 눈앞에 있었기에, 그때까진 모든 게 괜찮았다.


테마파크는 평화로웠다.

평일에는 한산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주말이면 예쁜 포토존을 배경으로 커플들로 북적이는 업장을 지원 나가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바쁘고, 꽤 즐거운 일상이었다.

1년 후, 연봉이 인상되고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누군가는 축하할 일이었지만,

나는 사실 그 순간이 너무 무거웠다.

하고 싶지 않았다.


고객의 민원은 견딜 수 있었다.

다시 볼 사람도 아니었고, 마음만 다잡으면 잊을 수 있었다. 문제는 내부였다.


내 위에 있던 상사는 ‘사람이 문제’였다.

CS 팀 특성상 누군가는 반드시 자리를 지켜야 했고,

주말은 교대 근무로 운영되어야 했다. 하지만 상사는 아이 핑계를 대며 주말마다 빠졌고, 결국 주말마다 혼자서 자리를 지키는 건 내 몫이었다.


게다가 내가 작성한 보고서와 기획안은 어느새 그 사람의 이름으로 제출되었다. 승진도, 인정도 모두 그 사람 차지였다.


내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자리 배치는 사전 고지도 없이 이리저리 바뀌었고, 내가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지 언제나 나만 애매한 위치에 놓였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정규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었다는 걸.

그리고, 그 시작이 '누구 밑에서'인가에 따라 내 커리어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나는 결심했다.

이대로 가다간,

나는 '사람 일' 뒷수습만 하다

끝날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그만두었다.

그 자리를 내어주고,

내 삶을 되찾기로.


이번엔 확실했다. 나는 더 이상

‘누구의 공을 만들어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후에 듣게 되었다.

아이를 핑계로 주말마다 휴일을 가로채던

그 남자상사는 내가 퇴사하고 나서

육아휴직을 하고 결국엔 퇴사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