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한 거지, 못한 게 아니었다
직업전문학교는 버스로 1시간 거리의 광역시에 있었다. 매일 아침, 출근하듯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멀고 지치는 길이었지만, 배움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교실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공무원 시험에 실패하고 다시 길을 찾는 스물여덟의 청년, 경력 단절을 자격증으로 채워보려는 아이 엄마,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지긋한 나이의 어르신까지. 서로 다른 이유로 모였지만, 모두 같은 마음으로 '다시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5개월 동안 하루 8시간씩, 출근하듯 수업에 참여했다. 생계는 늘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훈련수당과 직업훈련생계비대출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이직을 하면서도 실업급여 한 번 받아본 적 없던 나에게 이런 제도가 있다는 건 고마움 그 자체였다.
"진작 알았다면, 돈 때문에 방황하지 않고 뭐라도 배웠을 텐데..."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았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수업은 ERP, 전산세무회계, ITQ 자격증 과정으로 채워졌다. 고등학교 때 부기와 정보처리를 배웠던 덕분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보다 조금은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
그렇게 5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나는 운 좋게도 ERP 2개, 전산세무회계 4개, ITQ 마스터까지. 학교에 다니며 접수한 자격증을 모두 합격했다.
내게는 너무나 큰 변화였다.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였구나.'
그 사실을 깨닫자 성취감과 자신감이 나를 가득 채웠다. 마지막엔 학업우수상까지 받으며, 나는 직업전문학교를 당당히 수료했다.
고요하게만 흘러가던 내 일상에
분명 작은 파장이 일었다.
이번엔, 누가 대신 세워준 것이 아니라,
내 힘으로 다시 일어섰다는 자신감이
끝내 나를 지탱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