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방전된 직원들

회의+행사+잡무에 매일 저전력 모드.

by Hippy

스마트폰은 하루 한 번 충전하면 버틴다.
노트북은 두세 시간마다 전원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우리 복지관 직원들의 배터리는…

글쎄, 오전 10시쯤이면 이미 빨간불이다.


아침엔 활기차게 출근한다.
커피 한 잔 들고,

오늘은 뭔가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책상에 앉는다.

그런데 출근 도장을 찍은 순간부터

알 수 없는 알림이 울린다.


“긴급 보고서 작성 부탁해요.”
“행사 자료 수정해야 합니다.”
“잠깐 회의 좀 할까요?”


이 알림들이 줄줄이 쏟아지면,

내 마음속 배터리 아이콘은 급격히 깜빡인다.
‘배터리 잔량 20%’ 경고음이 울리는 건

점심도 먹기 전이다.


오후가 되면 사무실 곳곳에서 방전 증상이 나타난다.
한숨 소리가 에어컨 바람처럼 순환하고,
책상에 턱을 괴고 멍하니 화면을 보는 모습은

마치 절전 모드 같다.


가끔 충전도 시도한다.
편의점 아이스 아메리카노,

달달한 초코바, 잠깐의 잡담.


하지만 이건 보조배터리일 뿐,

금세 다시 꺼져버린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상황은 극적이다.
“조금만 더, 5분만 버티자.”

그런데 5분이 50분이 되고,

결국 야근이라는 충전기 없는 어둠 속에 던져진다.

우리 복지관 직원들의 하루는 늘 같다.

출근은 100%

오전엔 50%

오후엔 10%

퇴근할 땐 1%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또다시 충전한 척하고 출근한다.


아마도, 이 복지관의 진짜 에너지원은

전기가 아니라… 체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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